어린이집 선생님과 수다를

by 행복한꿈

아가의 등하원시간이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관계로 선생님과 긴 대화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끔 아가가 친구와 다툼이 있었을 때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시곤 했는데 아가가 그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는다 싶더니만 언젠가부터 자기가 먼저 선수를 친다. '00이가 엉엉엉','00이가 넘어졌어요.'그런데 문제는 선생님께서 가벼운 일로 여기고 설명해 주시지 않은 경우 나는 그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00이가 왜 울었는지, 왜 넘어졌는지 우리 아가가 연루됐다는 것인지, 00이 때문에 우리 아가가 울었다는 건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 의사소통이 분명한 아가들도 본인 유리한 쪽으로만 설명을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진술이 어려운 마당에 우리 아가는 그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다행인건 우리 아가는 그러한 일들을 신발을 신으며 이야기 해 주기 때문에 뒤돌아선 선생님을 붙들고 잠깐의 설명을 들을 수가 있다. 그리고 아가가 그런 말들을 다 한다는 걸 안 선생님께서는 아가가 신발 신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기다려 주다가 간단히 말씀해 주시기도 한다.

이 행동이 의미있는 이유는 엄마의 재진술을 통해 완전한 문장으로 수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00이가 엉엉엉'

'아, 오늘 00이가 울었어? 왜 울었어요?'

'엉엉엉 울었어.'

'미끄럼틀 타다가 넘어졌어요?'

'응. 넘어졌어.'

'왜 넘어졌어?'

'00이가 밀었어.'

'00이가 밀었어? 미끄럼틀에서 친구를 밀면 위험한데, 큰일날뻔 했네.'

'큰일날뻔 했어.'

'00야, 오늘 00이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져서 울었구나. 많이 걱정됐겠다.'


사실 아가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데 아가와 이에대해 말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은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다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선생님께서 굳이 다른 아기들의 사건사고를 나에게 말해줄 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가는 말을 하고 싶고,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이 때 엄마가 그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면 아가는 신이나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어느새 새로운 표현을 익히게 된다. 가령 '큰일날뻔 했네.'라든지 '걱정됐어.'라든지... 만약 '그랬구나'하는 수준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면 아가는 더이상 어린이집 이야기를 엄마와 하고 싶지 않게 되고 아가가 새로운 어휘를 익힐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지게 된다.

어쩌면 진상 학부모로 보일 수도 있다. 아가들이 하원하고 하루의 에너지를 거의 다 소비하신 선생님께 그런 이야기를 여쭤보는 것은. 다행히도 우리 선생님은 내가 얼마나 우리 아가의 언어에 대해 걱정을 하는지 알고 계시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는 편이다.

만약 선생님께 여쭤볼 용기가 없다면 이런 저런 가설을 설정해서 상황을 만들어보아도 좋다.


'00이가 왜 울었지?'

'미끄럼틀'

'미끄럼틀 타다가 넘어졌어요?'

'아니'

'친구가 먼저 타려고 해서 다퉜나?'

'아니야'

그럼 왜 넘어졌지?'


친구는 바디랭귀지라도 동원해서 설명해 보려 애쓸 것이다. 한참 못알아들은 후에 포기하는 편이 아예 입을 막는 것 보다 낫다. 이제 막 엄마와 대화하고 싶어진 아가는 어떻게든 그 어휘를 알아와서 엄마에게 써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아가가 만약 아직 그런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어린이집 수첩이나 앨범을 보며 함께 이야기해보는 방법도 있다. 아는 친구 이름을 대며 오늘 그 친구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오늘 했다는 활동을 대며 대화를 이끌어 준다면 뭐라도 한 마디는 해 줄 것이고 그 한마디가 며칠 후에는 두 마디, 그리고 몇 달 후에는 수다스러움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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