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거짓말, 자동차 많이!

by 행복한꿈

최근들어 아가의 언어가 몰라보게 발달하고 있는데 본인도 그것을 느끼는건지 엄마아빠의 말을 어마무시하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도 쓴 적이 있지만 아가를 혼내고 나면 자꾸 언어가 늘어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이 시기 나는 아가의 거짓말을 갖고 혼낸 적이 있었다.

아가는 잔꾀가 많아서 어떤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을 때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곤 하는데 '화장실'과 '배고픔'에 엄마가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자꾸만 이용하는 느낌이다. 특히 식사 중, 취침 전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엄마 응가 마려워요'라고 말을 하는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지만 혹시나 진짜일수도 있는데다가 배변훈련과정에서 지장을 줄까봐 수용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밥을 먹는 상황에서는 동생과 꿈이가 함께 식사하던 상황에서 꿈이의 화장실 문제로 인해 동생이 방치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렇다고 혼자 보내기에는 진짜 응가를 했을 경우 씻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므로 문제가 된다. 밥을 먹이다가 응가를 닦아주고 앉아있다니, 게다가 밥을 먹고 있던 동생은 갑자기 엄마가 형과 함께 사라지니 얼마나 황당할지. 그래도 밥먹는 상황에서는 그럭저럭 수용가능한데 자기 전에는 정말 난처한 상황이 찾아온다. 동생이 잠투정이 있는 편이라 침대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뒹굴거리며 칭얼거리는 편인데 꼭 결정적인 순간에 꿈이는 응가가 마렵다고 말을 한다.

"동생 잠들때까지 참아줄래?"

"응, 알겠어."

이렇게 깔끔한 대화가 1회정도 진행되고 5분이내에 동생이 잠들면 만사 오케이지만 장기전이 될 경우

"엄마 응가 마려워요!"

라고 다시 한 번 크게 말을 하고, 동생은 잠이 들려다 만 상태가 되어 칭얼칭얼. 어차피 망해버렸으니 함께 화장실에 가는데.... 동생은 졸려서 울고불고 난리인 상황에서 꿈이는 응가가 안 마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저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이게 매일 계속 되니 너무 화가 나서 하루는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더랬다.

"꿈이 엄마한테 왜 거짓말해. 응가 마려워 안마려워?"

"안 마려워."

"근데 왜 거짓말했어요? 엄마는 거짓말 하는 어린이는 좋아하지 않아요."

"..."


그 주 주말, 우리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짐을 챙겼다. 아가들과 함께 어디든 떠나겠다는 일념하에 열심히 검색하여 <10시에 오픈하는 오리백숙집에 자리를 잡고 그 옆에 있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한 후 오리백숙 점심 식사, 그 후 아가들 낮잠 재우고 자동차 박물관에 가자!>라는 아주 철저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꿈이는 그날따라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나보다. 계속 자동차만 갖고 노는 것이 아닌가?

"꿈이야, 우리 오늘 자동차 박물관 갈거야. 거기 멋있는 자동차가 정말 많아."
"정말?"

"갈래?"

"그래 좋아!"

자동차가 많다는 소리에 신이 나서 차에 탔는데 도착한 곳은 옛날냄새 풍기는 집과 계곡.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가이지만 계곡 물이 생각보다 차갑고 깊어서 아가가 그다지 흥미로워 하지 않았다. 잠시 물놀이를 한 후 오리백숙을 먹고 차에 탔는데 아가의 표정이 안 좋았다.

"꿈이 왜그래요?"

"..."

"꿈이 피곤해요?"

"엄마 왜 거짓말. 자동차 많이."

사실 아침부터 계곡에 다녀오고 나니 너무 힘이 들어서 아가들을 재우고 집에서 조금 쉬자고 계획을 수정하던 참이었는데 아가의 이 말을 듣고는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꿈아, 뭐라고?"

"엄마, 거짓말. 자동차 많이"

"엄마가 자동차 많은 곳 간다고 했는데 계곡에 와서 화가 났어요?"

"응. 앵그리 앵그리 화가 났어. 자동차 많이."

"꿈이 근데 거짓말이라는 단어도 알아? 대단하다!"

"..."

"엄마가 거짓말 안 했어. 이제 자동차 많은 곳 갈 거야. 꿈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가의 늘어난 어휘에 힘입어 그날 우리는 바닥난 체력을 부여잡고 오후일정에 돌입했다. 다소 느리지만 여유롭게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가. 엄마가 좋은 말 많이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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