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방학과 휴가

by 행복한꿈

7월 말 일주일은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여름방학에 돌입한다. 아가가 하나였을 때에는 그저 '힘들다'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아가가 둘이 되고 나니 '두렵다'라는 생각마저 들어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일단 두 아가가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분명 지루함을 못견디고 다툼이 날 수 있으므로 어디든 가야했다. 운전을 잘 못하는 관계로 집 근처 지하철역까지만 차를 끌고 나가서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그리고 괜히 그 시기에 아가 영유아 검진을 예약을 하고, 이런 저런 일정을 만들어 봤다.

사실 지나고 나니 아무데도 간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아가는 일주일동안 너무 즐거워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원없이 탔기 때문일까?

아가는 눈만뜨면 에버랜드에 가자고 말을 했다.

"꿈아, 이번주부터 일주일동안 여름방학이라 어린이집에 안가."

"어린이집 안가?"

"응. 친구들도 어린이집에 안 오고 선생님도 안 오셔."

"아무도 없어?"

"응. 아무도 없어. 우리 뭐하고 놀까?"

"에버랜드 가자."
"에버랜드 갈까?"

사실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힙시트에 둘째를 안고, 첫째는 얌전히 지하철에 앉아서 30분정도 간 후 에버랜드역에 내리면 버스가 오고, 그 버스에 타서 에버랜드에 가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아가가 좋아하는 사파리를 슬쩍 보고 밥을 먹고 집에 오면 아가는 피곤해서 낮잠을 자겠지.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욕조에 물을 받아 물놀이를 즐긴 후 저녁을 먹고 나면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이 아닌가.

그렇게 용기있게 출발을 했는데 사실 일주일 내내 출발만 하고 한 번도 에버랜드에 간 적은 없다.

"엄마, 자동차가 많이 있어요."

"엄마, 나무가 많아요."

"엄마, 빨간불이에요!"

아가는 빠르게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세 정거장쯤 떠들고는 늘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리자."

그렇게 우리는 늘 중도하차를 했고 아가의 요구사항에 맞게 엘레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이용하고 도로에도 나가보고 더워서 다시 들어오곤 했다.

"엄마, 너무 더워. 들어가자."

"아이 더워. 에어컨 틀자. 리모콘 어딨지?"

"에버랜드 너무 멀어. 다음에 아빠랑 가자."

아가와 손을 잡고 걸으며 일주일 내내 그저 바깥을 돌아다녔을 뿐인데 금요일쯤 되니 아가가 몰라보게 큰 느낌이었다. 왠지 말도 잘 하는 느낌이고.

물론 매일같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기만 하는' 생황을 한 것은 아니다. 초반 이틀은 너무 수월하게도 집에 오자마자 낮잠이 들었는데 수요일부터는 아가가 낮잠을 자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두 아가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 마트에 가서 수다를 떨어보기도 하고 블록놀이방에 가서 블록도 쌓아보고. 블록놀이방은 처음 가 봤는데 이 블록이라는게 언어발달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서는 '높이, 쌓다, 색깔, 무너졌어, 끼워'와 같은 단어만 활용했었는데 경찰차, 소방차만 만드는 블록을 꺼내어 용어를 이야기해보는 것은 기본이고 표정을 익히는 블록, 마트놀이를 하는 블록들도 있어 장난감의 세계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 장난감을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좋아한다고 주구장창 자동차만 사 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블록을 들여야 하는건지.


방학이 끝나고 바로 남편의 휴가가 이어졌다. 과잉보호하며 아가를 키우던 지난 3년의 삶을 청산하고 우리는 과감하게 해수욕장으로 떠났다. 13개월짜리 둘째가 해수욕장을 가다니. 꿈이 13개월땐 놀이터도 안 데려 갔는데 세상에. 그렇게 일주일간의 휴가동안 우리 아가는 또다시 새로운 어휘들을 만나게 됐다.

"엄마, 수영장 가고 싶어요."

얼마 전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동네 친구들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고 자랑을 했었는데 수영장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우리 아가는 '수영장'이라는 곳에 가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걱정쟁이인 엄마는 수영장에서 장염이나 수족구를 옮아올까봐 아직 용기를 내지 못했다.

"수영장 안 가고 해수욕장 갈거야."

"해수욕장?"

"해수욕장은 물놀이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는 곳이야."

"정말?"

"꿈이는 물놀이가 좋아, 모래놀이가 좋아?"

사실 우리 아가는 모래놀이도 해 본적이 없다. 어린이집에서는 해 봤을 지 모르지만.

"물놀이!"

"물놀이는 집에서도 하잖아. 모래놀이도 재미있어. 우리 둘 다 해볼까?"

"그래!"

그렇게 4시간정도 차를 타고 도착한 동해에서 2박 3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는 해변에 나갔다. 첫째도 둘째도 이 첫경험이 너무 신이났는지 마지막날엔 너무나 능숙하게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다.

"해수욕장, 물놀이, 바다, 모래놀이..."

책을 읽으며 봤었던 단어들을 처음으로 경험해 본 우리 아가는 진정으로 이 단어를 알게 되었다. 다람쥐형 우리 아가... 진작에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어야 했는데. 어쩌면 너의 언어가 느린 원인은 엄마때문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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