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뜯는 우리 아가

by 행복한꿈

애정결핍이 생기면 손톱을 뜯는다고 했던가.

꿈이는 엄마 배가 불러옴과 동시에 손톱을 뜯기 시작했다. 주로 잠들기 직전 손톱을 뜯는데 처음에는 손을 빠는 것처럼 쪽쪽거리는 소리에 불과했던 것이 출산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열정이 늘어 결국 오도독 거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나마 내가 함께 재울 땐 아가가 손톱을 뜯는 시점을 예상하고 손을 잡아주곤 해서 괜찮았는데 2주동안 산후조리원에 다녀오고 나니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15개월정도의 시간동안 나는 아가 손톱을 깎아준 적이 없다. 손톱으로 간신히 도달한 영양분이 하얀 머리를 들어내자마자 아가가 어떻게든 손톱을 뜯어냈기 때문이다. 이게 다 '허락도 받지 않고 동생을 가진' 엄마의 잘못인것만 같아 나는 늘 미안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가가 손톱을 덜 뜯는 계기도 동생이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자라나는 우리 둘째는 영양분이 다 손발톱으로 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금세 손발톱이 자라났는데 손싸개 발싸개를 강경히 거부하였기에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아가의 손발톱정리를 정말 자주 하게 되었는데 우리 첫째가 그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엄마 뭐해요?"

"엄마 행복이 손톱깎아줘요."

"까까?"

"손톱깎고 있어요."

"히잉"

"꿈이도 손톱깎아줘요?"

"응"

"어머, 꿈이는 깎을 손톱이 없네."

"없어?"

"응. 꿈이 손톱은 너무 짧아. 동생 손톱은 길어."

"짧아?"

"꿈이가 손톱 얌얌해서 자를 손톱이 없어. 엄마는 꿈이 손톱 잘라주고 싶은데 없어서 너무 속상하다. 꿈이가 손톱 안 먹고 하얀색 나오게 하면 엄마가 깎아줄게"

"그래 좋아"


이 대화를 계기로 꿈이가 습관적으로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면 '엄마는 손톱을 깎아주고 싶은데...'라는 말을 하고, 그러면 꿈이는 참아내곤 했다. 물론 어린이집에서 물어뜯는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완벽하게 고쳐지진 않았다. 그 후로 아가의 손톱뜯기는 업그레이드되어 손톱이 아닌, 손톱 옆 살을 뜯게 되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우리 아가는 스트레스나 애정결핍도 연관이 있을 수 있지만 성격적으로 까슬까슬한 느낌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였다. 어릴 때 친구 중에 그러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친구 부모님께서 열 손가락에 대 반창고를 붙여서 학교에 보내셨던 기억이 있어서 심하게 뜯어진 엄지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여 주었더니 그 후로는 아가가 틈만 나면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며 반창고를 요구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나 싶어서 그 친구에게 연락해 보니 정작 그 친구는 어떻게 그 습관을 고쳤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안 뜯는다고 하기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어쨌든 그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일단 아가의 불안과 긴장이 손톱뜯기의 원인은 맞는 것 같다. 우리 아가도 주로 졸리거나, 동생이 울어서 엄마아빠의 관심이 동생에게만 갈 때 주로 손톱을 뜯고 있기 때문에 아가의 정서적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다만, 아가는 본인이 손톱을 뜯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부부는 30개월 우리 아가에게 뜬금없이 애착 인형을 만들어 주었다. 보통 신생아때부터 잠자리에 함께 하는 애착인형을, 우리 아가는 갖고 있지 않다. 아가아가 하던 돌 전에 마련해 줘 봤는데 별 관심이 없는듯하여 그냥 대자로 뻗어서 잠들게끔 해 주었는데 잠이 들 때 무언가를 안고 있으면 손톱을 뜯을 겨를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와중에도 잠자리에서 오도독 거리는 소리가 날 때엔 '꿈이야, 두두가 외롭대.'라고 말하며 주위를 환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둘째를 최대한 빨리 재우거나, 둘째를 재우면서도 꿈이를 방치하지 않았다.


"꿈이야, 동생이 엉엉엉 우네. 어떻게 하면 동생이 잘 수 있을까? 엄마랑 같이 손잡고 동생을 재워볼까?"


'까슬거리는 살갗'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자기 전 손가락을 함께 만져 주며 엄마의 사랑을 전달하고 손톱깎기로 손톱과 살갗을 정리해 주었다. 가끔씩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 주기도 하고, 손톱에 곰돌이 스티커를 붙여 주며 '형님이 곰돌이들을 지켜줘!'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아가가 막상 까슬거림의 유혹에 빠져버리면 곰돌이고 밴드고간에 다 물어뜯어버렸다. 효과가 좋다는 쓴약 나는 메니큐어도 발라줘봤으나 우리 아가는 쓴맛취향인지 놀라거나 울지도 않아 대 실패.

결론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아닌것 같지만, 아가가 손톱을 뜯는 원인은 '정서적 불안'과 함께 '무료함(혼자 남겨진 상황)'이 자리하고 있기에 아가가 손톱이나 살을 뜯는지 관찰하고 있다가 손을 잡아 주거나 말을 걸어주주는게 가장 최선이었다. 확실히 그 상황에서 아가는 손톱을 덜 뜯었는데 아들 둘 육아 속에서 정답을 알지만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엄마가 사랑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주며 주위를 환기시키는 수 밖에.


아들 둘 키우며 부모의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하기가 참 쉽지 않다.

꿈아, 행복아. 내 사랑좀 알아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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