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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2. 2019

아들 둘 함께 재우기

아들 둘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리는 일상 속에 양육자가 2명 이상이면 좀 더 수월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평일 나의 육아는 독박이었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독점육아!'. 아들 둘을 일주일 내내 독점하다니. 세상에. 아들 둘을 독점한 관계로 이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를 맨몸으로 부딪혀 가며 나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밖에 없었다. 둘째가 아기아기하던 돌 전에는 이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첫째에게 불똥이 튀기 일쑤였는데 3살밖에 되지 않은 첫째가 감당하기 너무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둘째가 6시정도에 졸려서 비몽사몽할 때 첫째는 한창때이므로 전혀 졸리지가 않다. 그런데 엄마가 동생이랑 방으로 쏙 들어가니 얼마나 궁금했을까. 둘째가 겨우겨우 잠이 들 때 쯤 첫째는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엄마!"

첫째는 그저 엄마가 보고 싶고 궁금했을 뿐인데 이미 지칠대로 지친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때로는 수면의식 초기부터 엄마는 화가 나 있다. 동생과 방에 들어가는 엄마를 첫째는 곱게 보내주지 않는다. 졸졸졸 따라와 동생 주변을 맴돌며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시작부터 화가 난 엄마는 결국 동생이 잠들지 못하면 첫째에게 화를 내고 만다. 

아들을 둘 낳고 나니 나도 모르던 내 바닥을 알게 되고 둘째로 인해 어린 첫째에게 너무 큰 짐이 주어지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 날 그날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참 힘든 상황이 됐다. 아기들을 독점하고 싶지 않은데 남편은 6시에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직업이 아닌지라 우리 부부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지역 카페에 저녁시간 아기 봐 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 글에 답해주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인 3시-7시가 베이비시터 입장에서는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 분들도 5시나 6시에는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길 바랄테니 당연한 결과다. 도우미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나 어플을 이용해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집은 어떠한가 싶어서 커뮤니티를 통해 '첫째에게 화 안내기 소모임'을 결성했다. 간단한 사연과 함께 단톡방에서 함께 정보를 공유할 인원을 모집했는데 글을 올리자마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하길 원했다. 그런데 모두 대책 없이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었어서 하루하루 서로의 죄를 고백하고 위로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며 시간은 흘렀고 나도 적응을 했나 보다. 아가가 변한건지 엄마가 변한건지 이제 그 나름대로 일상이 되었다. 내가 해 본 시도 중 효과가 좋았던 활동들은 다음과 같다.


1. 함께 놀아버리기

둘째를 일찍 재워야 한다는 계획을 버렸다. 신생아는 몇 시에 자야한다! 라는 틀에 갇혀 첫째와 스스로를 너무 괴롭게 하는 것 같아서 어차피 신생아 체력 거기서 거기! 라는 생각을 갖고 안방에서 함께 놀다 재웠다. 6시정도가 되면 아들 둘과 함께 안방 침대에 들어가서 함께 누워도 있다가 숨바꼭질도 하다가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해 보았다. 우리 아가들은  특히 '올라가, 내려가'놀이를 참 좋아했는데 첫째가 저상형 침대에서 어른 침대로 올라가면 '형아가 올라갔어!'라고, 동생이 따라서 올라가면 '동생도 올라가네!'라고 중계방송을 해 줄 뿐이었다. 우리 둘째는 형 덕분인지 8개월쯤 잡고 서고 10개월쯤 완전히 걷게 되었는데 잡고 서기 전에도 데굴데굴 구르거나 배밀이 하는 걸 좋아해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점을 활용하여 둘째의 몸놀림을 장려했다. 이렇게 약 30분정도 놀고 나면 둘째는 스스로 눈을 감고 잠들거나 5분정도 난리 법석이 난 후 잠이 들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공기청정기를 빵빵하게 틀어야 한다는 것과, 둘째가 졸려서 난리난 상황에서 첫째가 방해하지 않도록 잘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


2. 첫째에게 할 일을

이 방법은 둘째가 '자아를 형성하기 전'에는 잘 먹혔던 방법이다. 이제 둘째는 형이 밖에서 놀고 있을 땐 절대로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첫째에게 색칠공부를 주거나 북패드, 영상과 같이 흥미로운 도구를 쥐어주고 은근슬쩍 방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첫째가 자기 할 일에 빠져 있는 동안 둘째를 재우고 나오면 평화로운 육퇴의 시간이 다가온다. 이 때에는 체력소모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엄마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오고, 기분이 좋아진 엄마는 첫째에게 책을 읽어주며 단둘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유의할 점은, 둘째를 재우는 시간이 길어지는 순간, 첫째가 "엄마 응가 마려워요."나 "엄마 배고파요. 우유 먹고싶어요."와 같은 말을 하며 둘째를 깨워버린다.


3. 첫째 구슬리기

첫째가 설득이 잘 되는 단계라면 써먹을만한 좋은 방법이다. 초반에 엄마에게 혼나며 첫째도 학습이 되어 있는 상태라 둘째가 늦게 잠드는 것이 본인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아는 순간이 온다. 둘째가 모두 함께 안방에 들어가야만 잠을 자는 상황이 되어 써먹은 방법으로, '우리 행복이 얼른 재우고 같이 책 읽고 놀자! 자는척 하는거야!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안방에 들어간다. 때로는 첫째가 동생을 재우는 부적이 된 느낌도 들지만 동생이 잘 잘 수 있도록 가만히 누워있는 첫째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4. 남편 찬스

사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같이 낳았으니까.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도록 유도하여 함께 재우는 방법. 한 명이 한 명씩 맡아 재우면 얼마나 가뿐한지. 대한민국 모든 아빠가 다 5시에 퇴근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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