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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2. 2019

게으름뱅이 엄마 되기

만약 내가 첫째 키울 때 처럼 부지런을 떨었더라면 지금쯤 벌써 지쳐 떨어졌을 것이다. 첫째를 키울 땐 아기가 깨기 전인 5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손걸레질을 하며 아기의 이동경로를 닦아댔으며 아기가 깨면 그날그날 만든 밥과 반찬을 사정을 해 가며 먹였고 먹는 양보다 흘리고 뱉는 양이 더 많기에 치우고 씻기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부지런히 육아와 살림을 했음에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고 나는 한없이 우울해졌다.

첫째 돌 이후 나는 조금씩 육아와 살림에 대한 열정을 버리게 되었는데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니 아기에 대한 사랑도 더 커져갔다.


둘째가 태어났고 확실히 나는 달라졌다. 첫째 때 하루에도 몇번씩 닦아대던 아기침대는 하루에 한 번도 안 닦는 날도 생겼고 아기 동선 손걸레질은 주1회 할까말까였다. 그럼에도 둘째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라나 주었다.

아기가 찾기 전에 미리 분유를 대령하고 떼쓰기 전에 재워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더 잘 먹고 더 잘 자게 되었는데 15개월이 된 둘째가 엄청난 떼고집을 선보이는걸 보면 기질의 차이였다기보단 배고플 때 잘 먹고 졸릴 때 잘 자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첫째때는 너무 시간마다 관리하려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들 둘을 키우려면 어떤 의미에서는 엄마가 게을러져야한다. 첫째에게 동생기저귀를 갖고오게끔 부탁하는건 내 엉덩이를 무겁게 하여 남을 부려먹는 의미가 아니라 첫째에게 말한마디 더 건넬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다. 첫째가 엄마를 도와 둘째 육아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동생에 대한 애정도를 높임과 동시에 칭찬받을 구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아들둘이든 딸둘이든, 혹은 아들딸육아든 귀한 우리아가를 위해 엄마가 부지런해지는게 오히려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그리 좋지않은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 나는 첫째에게 너무 부지런한 엄마였다. 늘 옆에서 무언가 해줘야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쉴틈이 없었는데 아들둘을 키우며 게으른 육아를 하다보니 오히려 아기들에게 득이됐다.


1. 설거지하기

끼니마다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던 내게 아는 엄마가 '씽크대에서 접시 안 떨어진다. 몰아서 해도 상관없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둘째를 낳고나니 끼니마다 설거지를 한다는건 두 아가를 방치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생각에 '접시 안떨어진다'라고 주문을 외우고 설거지거리를 모으는 일들이 생겼다. 그런데 성격적으로 너무 신경이 쓰여 지금 당장 하고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첫째찬스를 썼다. 피부에 덜 자극적인 아기세제로 함께 설거지를 하며 첫째와 대화도 하고 당장 설거지를 하고싶은 욕구도 채우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2. 간식먹이기

안먹는 아기들을 키우다보니 간식도 직접 떠먹여줘야 먹기 때문에 아기옆에 딱붙어 할당량을  먹여줬었는데 둘이되니 쉽지않아 언젠가부터 식탁 위에 깔아놓고 '먹을라면 먹고 맘대로 해' 작전을 펼치게 됐다. 신기한건 직접 주나 깔아놓으나 아기가 먹는 양은 비슷하다는 것. 괜히 옆에서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물흐르듯이...


3. 음식 준비하기

밥짓고 칼질하는 일련의 과정을 혼자 소화하기 위해 아기가 깨기 전 몰래 일어나 음식을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함께 준비하게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물론 아기가 위험하지않게 베이스는 마련해줘야한다. 예를 들어 쌀을 거의 다 씻어놓고는 '쌀씻어줄사람!'을 외치거나 애호박을 이미 다 썰어놓고 장난감칼로 한 번 더 썰게 하는 것. 아가는 곧 본인의 차례가 올 것을 알기에 이 준비과정을 조용히 기다려주곤 한다,


4. 예측하지않기

온 신경이 아가에게만 곤두선 채 아가의 욕구를 미리 충족시켜주기위해 안달이 난 육아는 아들둘육아에서 사치일뿐이다. 부대끼며 그때그때 곁에 있어주는 맞춤형 육아를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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