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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3. 2019

아들 둘 동시에 씻기기

아가들은 본능적으로 물놀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뭐 열달동안 물 속에서 헤엄치고 놀았으니 당연한거겠지만. 너무 쪼꼬매서 부서질까 걱정되던 신생아 시기에는 신생아용 아기 욕조에 둘째를 씻기느라 서로의 목욕 시간엔 둘 중 한 명은 혼자 남겨질 수 밖에 없었다. 말귀를 알아듣는 첫째는 동생이 목욕하는 시간에는 혼자 놀거나 화장실 문 앞에서 구경을 하곤 했는데 문제는 둘째였다. 형님 씻겨주러 간 사이 어찌나 울어대는지. 그 와중에 배밀이 능력이 생기고는 집에서 화장실과 가장 먼 곳에 떨구고 와서 형님 씻기러 들어가려하면 금세 화장실 앞까지 와서 울고 있었다. 배밀이 선수권대회가 있었다면 우리 아가가 1등했을거라 생각할 정도로 너무 빠르고 열정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둘째를 재운 후에 목욕을 시키는 게 최선이었는데 '하원 후 저녁먹고 바로 씻기고 싶은' 그 활동이 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른 활동을 넣어야 하는게 너무 스트레스인거다. 내 성격 문제긴 한데 정말 너무 스트레스. 왜냐하면 내 계획 속에서는 둘째를 재우는 과정에서 우리 첫째가 '씻지도 않은 채로 침대에 뛰어 들어오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둘째가 눈을 멀똥멀똥 뜨고 있어도 첫째를 씻기는 일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둘째가 너무 나라를 잃은 것 처럼 울어서 아기띠를 한 채로 목욕을 시킨 날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백일 즈음이 된 후 과감히, 둘을 같이 씻기기 시작했다. 첫째는 욕조에 넣고 원없이 물놀이를 하게 하고, 그 사이 욕조 밖에 아기욕조를 두고 둘째 목욕을 시키는 것. '목욕시간이 너무 길면 아가가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목욕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라는 나만의 고집을 꺾고 그냥 원없이 놀게 해 주었는데 의외로 아가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았고 아무도 울지 않은 채 평화롭게 목욕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아가는 아기 욕조를 졸업할 날을 맞이하게 되었고 큼지막한 형님 욕조로 진급하게 되었다. 이 때가 6개월쯤이었나. 이제 막 '앉기'미션을 성공한 둘째에게 차오르는 욕조의 물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는지 처음엔 후딱후딱 둘째를 씻기고 첫째에게 약간의 자유놀이 시간을 주고, 옷을 입히고 첫째를 꺼내어 속전속결로 목욕을 시켰는데 점차 적응이 되었는지 이제 서로 늦게까지 물놀이를 하려고 난리다. 나는 늘 둘째를 먼저 꺼내어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바르며 '꿈이야, 이제 정리하고 나와'라고 외친다. 꿈이는 4살 형님이라고 제법 말을 잘 듣는데 둘째와 함께 갖고 논 목욕놀이 용품을 엄마보다 더 깔끔히 정리하고 욕조 뚜껑을 뽑고 나와 목욕타올 위에 드러 눕는다. 그 사이 둘째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히고 난 후 첫째 물기를 닦이고 스스로 옷을 입게 하니 억지로 분리하여 목욕할 때 보다 더 평화로운 데다가 첫째가 '정리를 잘 했기 때문에','옷을 스스로 잘 입었기 때문에'칭찬받을 기회가 생겨 자존감도 높아지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가끔 둘째가 양껏 못 놀았는지 안 나오려고 바둥거리기도 하고 첫째가 미적거리며 옷을 입어서 엄마 잔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리고 아직 옷입기가 능숙하지 않아 거꾸로 입는 일이 다반사지만 우리 아가들이 어느새 이만큼 커서 함께 물놀이를 하고 정리를 한다는게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비누칠을 하고 스스로 목욕을 종료하고 나오겠지. 생각만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네. 짜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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