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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3. 2019

아들둘맘의 장점

'아들둘 생존육아'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보니 마치 아들둘이 무슨 벌칙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아들둘맘의 장점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딸둘만 키운 우리 엄마 눈에는 내 육아가 너무도 힘들어 보이겠지만 내 성격에는 아들둘이 딱이다 싶다. 


일단 나는 섬세함, 꼼꼼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삶의 잣대가 있을 뿐. 그래서 딸들의 미묘한 감정을 하나하나 파악하는 것, 절대 못할 것만 같다. 잘 놀다 뜬금없이 상처받아 울고 삐치는 그 마음을 헤아려줄 자신이 없다. 사실 딸이 아니라도, 우리 첫째가 요즘에 아기 사춘기인건지 어린이집에서 잘 놀다가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거나 잠자리에서 갑자기 신데렐라 노래를 부르며 울어댈 때가 있어서 엄마 마음에 물음표가 뜰 때가 많은데 딸들이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마음 상해 있으면 걱정이 됨과 동시에, 그게 장기화 되면 화가 날 것 같기도 하여, 내 성격에는 아들 둘이 아주 그냥 딱이다!


어린이집 등하원길에 만나는 딸들은 사랑받는티가 팍팍 난다. 그렇다고 아들들이 덜 사랑받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 내내 엄마가 영혼을 담아 꾸며준 티가 난다. 우리 아가들은 활동하기 편한 옷 입고 얼굴에 로션 하나 바르면 패션의 완성인데 딸들은 정갈한 가름마에 양쪽으로 질끈 묶어 딴 머리, 반짝반짝 빛나는 왕관을 쓰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제3자 입장에서는 정말 예쁘고 귀엽지만 아침 출근길에 고객님의 요구사항대로 머리를 묶는 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끔 한여름에 털부츠를 신고 오거나 양 쪽 다른 구두를 신고 오는 딸들도 있다. 아침 내 엄마와 전쟁을 치르고 결국 본인 취향대로 꾸미고 온 아이들. 이 역시 제3자 입장에서는 귀여운 행동, 그리고 '자기 취향이 확실한 우리 공주님'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되풀이 된다면 나는 냉정한 엄마가 되어 아가에게 상처를 줄 지도 모르겠다.


임신 중 상상했던 아기자기한 아가방은 온데간데 없고 우리 아가 방은 침대와 아기 옷장, 책꽂이가 들어서 있다. 드라마에 나올법한 예쁜 인테리어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저 엄마 동선에 적합한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아가 장난감은 거실장으로 나온 지 오래며 예쁜 주방놀이나 아이스크림카트 등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고 처분하곤 했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방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했던 것 같다. '내 방'을 갖고 '내 침대'에 누워 공주공주한 이불을 덮고 자던 생활. 물론 우리 아가도 어린이용 이불을 덮고 자고 있지만 아들 특유의 무던함으로 그 이불이 누구 것이든, 안방이든 자기 방이든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들 둘의 장점이라기 보다는 첫째와 둘째의 성이 같기에 좋은 점을 덧붙이자면 단연 경제적인 부분이다. 형이 입은 옷을 물려 입고 형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갖고 놀며 형과 함께 부대끼는 것이 당연하기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무언가 사 주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둘째가 커 감에 따라 변신로봇도 자동차도 2개를 사 줘야 하여 우리 집은 자동차 박물관 혹은 로봇전시장이 된 지 오래다.


차분히 앉아서 무언가를 해 내는 것을 어려워 하는 내 성격은 아들 둘 육아에 잘 맞는 것 같다. 누군가 딸 육아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아들 육아는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너무 맞는말.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다. 하루종일 너무 역동적이다. 하루에 열두번씩 넘어지고 싸우고 다친다. 아가들을 번쩍 들어올리고 두 손으로 제압해 줘야 엄마 말을 귀담아 들어 준다. 그래도 조금 멀찍이 떨어져 '다치지 않게' 지켜보는 것 자체로 놀이가 성립하기에, 그 정도로 아가들이 서로 잘 놀기에 대 만족이다. 개인적으로 색칠공부나 인형놀이같은건 잘 못 했을 것 같고 '사고발생'에서 '구조대 출동'으로 이어지는 긴급상황이 나에게는 어울리는 것 같다.


첫째가 딸인 조합이 부러운 점 중에 누나 혹은 언니가 동생을 잘 챙겨준다는 것이 있다. 길가다 마주하는 누나나 언니들은 너나할것 없이 우리 동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우리 첫째는 1순위 관심사가 두 발의 자유다. 일단 뒤도 안 돌아보고 뛰고 본다. 그러다 조금 여유가 되면 둘째가 엘레베이터에 기대 서 있는지, 엄마 허락 없이 현관문을 여는지, 트럭이 오는데 돌진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위험해 동생'하고 외치며 동생을 지켜주려다 넘어뜨려 울리고 만다. 그렇지만 첫째와 둘째의 월령이 채워질 수록 나름의 형제애가 드러나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보여 아들둘 육아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 본인을 지켜주다 밀어버리는 형 때문에 아프긴 하지만 둘째는 형이 자기를 사랑하는 걸 아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형을 잘 따른다. 형은 엄마를 빼앗아 가는 동생이 가끔씩 밉지만 동생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그럼에도 둘이 벌써 레슬링 비슷한 걸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너희만 행복하면 됐어.


농담 반 진담 반, 아가가 없는 친구들에게 '그냥 부부끼리만 살아도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외동인 친구들에게 '하나만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하곤 하는데 내가 자녀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망설이긴 하겠지만) 아들둘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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