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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3. 2019

아들 둘 함께 먹이기

이건 아들둘뿐만이 아니라 둘이상의 다자녀 육아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특히 '안먹어출신'아기를 키우고 있다면 먹이는 일이, 두명 먹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 것이다.


우리 첫째는 '안먹어출신'이었다. 내가 분명 3.46kg으로 건강히 낳아줬는데 젖병만 보면 자지러지게 울어서 깨어있는동안은 20미리도 안먹고 잠결에 120미리정도 먹으며 지냈다. 굶기면 먹는다기에 하루종일 굶겨도 봤지만 아기는 더 행복해보일뿐이었다. 6개월 검진, 돌검진, 두돌,세돌검진 모두 하위5등정도 하는 말라깽이로 거듭났는데 인지가 향상되면서부터는 (안먹으면 엄마가 슬퍼하거나 화를내므로) 엄마를 해피해피하게 해주기 위해 그럭저럭 먹는다.

우리둘째는 3.04kg으로 첫째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태어났는데 분유를 잘 먹어서 나에게도 '잘먹어출신'아가가 왔다고 생각했다. 분유, 주스, 물 등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과일은 좋아하지만 밥풀과 반찬은 싫어하여, 6개월검진땐 75등으로 상위권이었지만 15개월현재 하위10등정도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안먹어출신 두 아기를 먹이는건 정말 힘든 일이다. 사실 첫째 때 살짝 우울증이 왔던 건 첫째가 지독히도 안먹었기 때문인데 첫째는 까까도 안먹는 그분야 탑이었다. 지금도 사탕,비타민류는 뱉어버리고 까까도 한두조각 먹고 거부한다.


첫째의 안먹어 전성기는 30개월~40개월 사이였다. 사실 그 전에도 안 먹었으나 첫째는 시금치,시래기,미역국, 도토리묵같은 반찬이 있으면 조금은 먹어줬는데 저 시기 첫째 언어걱정이 초절정이었고, 씹는근육이 발달하지 못하여 발음이 힘든것같아 매끼니 고기를 구워줬는데 고기반찬을 보자마자 울기시작했다. 겨우 진정시키고 먹이고 있으면 자꾸만 둘째 수유텀이 찾아온다. 둘째를 아기띠로 고정하고 왼손으로 분유를,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들고있던 그 시간이 내겐 너무 힘이 들었다. 첫째는 결국 신이나서 식사를 중단하고 엄마는 앵그리앵그리 화가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둘째가 하루 세끼를 먹으면서 나는 두 아기를 동시에 식탁에 앉혔다. 다행히 첫째가 '엄마를 위해' 밥을 잘 먹는 날이 많아졌지만 불행히도 둘째는 밥을 너무 싫어한다. 빨리 우유나 까까,과일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를 때면 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에게 화를 내게 되는데 그때마다 첫째는

"엄마 앵그리앵그리 화가났어?"라고 묻곤 했다.


결국 나는 밥먹이기 미션은 거의 포기했다. 그 이유는 계속 화를 내며 밥을 먹이면 밥은 밥대로 못먹이고 아가들 정서적 불안만 야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 성공했던 방법은 다음과같다.


1. 주먹밥/김

첫째는 주먹밥과 김을 좋아하지 않지만 둘째는 가끔은 잘 먹어준다. 동시에 식탁에 앉혀 '지금은 식사시간이다'라는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고, 요리를 하는도중 입에 쏙쏙 넣어주면 아기들이 나도모르게 식사를 마치게 된다.

주먹밥에 뿌리는 가루+달걀이나 다짐육 또는 생선살을 이용해 줬을 때 성공확률이 높았다.

김은 숟가락에 얹어 아기를 유혹하는 용도로 쓰곤했는데 요즘은 좀 컸다고 김만 집어 먹는다.


2. 미역국

아기들마다 입맛에 맞는 국이 있을텐데 우리 아기들은 미역국을 좋아한다. 국물에 적셔 밥을 주는게 물말아먹는 기분이라 별로 주고싶지않지만 도저히 안되겠을 때 활용한다.


3. 죽

이유식단계는 지났지만 영양적으로 너무 부족하다느낄때 고기를 잔뜩 갈아 죽을 먹이곤했다. 밥에 비해 성공확률이 높은편인데 첫째는 이유식이라며 거부한다.


4. 햄/양념불고기

첫째는 그냥 안먹어출신인데 둘째는 (맛없는건)안먹어출신이라 어쩔 수 없이 돌 전후 간을 해 주게 됐다. 부드러우면서 간도 되어있어 밥과 함께 떠 주면 잘 먹는편. 개인적으로 간이 세니 어쩌니는 잘먹는아기들이나 통하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밥 한톨도 안 먹어 굶어죽는것보단 뭐든 먹이는게 낫지.


5. 마음 비우기

한편으로는 굳이 밥에 집착할 일인가 싶을 때가 있다. 첫째처럼 아무것도 안먹는 아기가 아니라 둘째는 소신껏 안먹는 아기이므로 영양맞추어 간식을 줘도 된다는 생각에 각각의 영양소에 맞는 간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6. 질투심 유발작전

둘다 안먹어출신이면 방법이 전혀 없지만 첫째가 안먹어출신일 땐 제법 잘먹히는 방법이 질투심유발작전이다.

"어머, 행복이 진짜 잘 먹는다. 엄마 너무 해피해피해! 꿈이 밥 안먹을거예요? 그럼 행복이 줘야겠다. 너무 예쁘다 행복이!"

아가는 관심없는척하다가 결국 착석을 하고 먹는 시늉은 하는데 사실 둘째가 안먹고 첫째가 잘 먹을 땐 써먹기힘든방법이다. 둘째가 아직 상황파악이 어려운 아가이므로..


가끔 남편에게, 얘네가 잘 먹어출신이었으면 열명도 낳았을거라 말할정도로 먹이는 일이 내겐 너무 고되다. 조금 더 커서 엄마를 해피해피하게 하기 위해서와 같은 잘먹을 구실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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