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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4. 2019

아들둘맘의 장점(2)

어제 아들둘맘의 장점을 기록하고 유래없는 수치로 내 글이 검색되는걸보며 '아들둘'에 대한 걱정은 비단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싶어 아들 둘의 장점을 더 생각해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줬다.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굳이 꼽자면'과 같은 하찮은 이유들뿐이라 다음으로 미루던 중 아기들 하원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첫째는 자전거에, 둘째는 힙시트에 안긴 채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친구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께서 들어오셨다.


"안고있는 애도 아들이에요?"

"네"

"요즘은 아들둘은 자랑할 일도 아니야. 딸 둘이 최고지. 엄마한테는 딸이 필요해. 다음에는 딸 낳아!"


나를 만난지 5초도 되지 않은 두 할머니는 국민시어머니가 되어, 우리 아기들의 성별을 갖고 하지도 않은 '자랑'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더니 셋째를 종용하셨다. 아니 어떻게 그 찰나의 시간에 남의 집 가족계획까지. 평소같으면 웃고 말았을텐데 당황하여


"저는 셋째 낳아도 아들일거라 안낳으려고요"


라고 하니 본인 주변에 아들둘에 셋째도 아들임신한 집, 딸 둘에 셋째도 딸 임신한 집을 나열하셨다. 요즘같은 저출산시대에 애 셋있는집이 저렇게 많다니.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아들아들, 혹은 딸딸하며 성별을 아쉬워하는거며 나 역시 왜 아들이라 힘들다 생각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사실 아들이라 크게 힘든 게 없고 딸이라 크게 힘든건 없는데 왜 우린 16주쯤 성별을 안내받고 아쉬움을 갖는건지 그저 '가지지 못한 것의 미련'은 아닐까?


나는 그래서 또다시 아들둘맘의 장점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조금 더 먼 미래에 속하는 장점을.


1. 5년 이내에 주1회 자유부인이 될 수 있다.

아기들이 유치원에 가면 나는 주말마다 남자 셋을 찜질방에 보낼것이다. 가끔씩 함께 가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남탕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강제로 자유부인이 되는 것이다.

딸과 함께 세신을 받고 냉커피를 마시며 수다떨 일이 없어 아쉽지만 이 얼마나 오랜만의 자유부인이란 말인가.


2. 비슷한 맥락으로 남자셋이 당구장에 보내고 낚시도 보내야지. 가끔 심심하면 함께 가주겠어.


3. 엄마에게 딸이 필요한 이유로 지금의 나와 엄마의 관계처럼 편하게 수다떨고 여행도 가는 게 크겠지? 딸같은 아들로 키우면 된다. 에릭남같은 아들 둘로 만들면 그만. 엄마의 해피해피가 인생 최대의 목표인 꿈이에게 그 싹이 보인다.


4. 자기앞가림만 잘 하면 마음고생 할 일이 없다. 점점 무서워지고 있는 세상 속에 아무래도 딸키우기는 걱정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자기앞가림만 잘 하면 위험이 덜하니 잘 키워야지.


정리를 하다가도 불쑥불쑥 그 할머니들 참 무례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오지랖은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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