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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4. 2019

동생 이해의 시간

동생을 데리고 온 그 순간부터 첫째의 마음이 영 신경쓰였다. 임신 중 '동생'에 관련된 책들도 읽으며 곧 엄마 뱃속에서 동생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무슨 말인지 몰랐겠지. 동생이 태어난 후 더 활기차진 우리 집이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첫째의 공허한 표정이 너무 신경쓰였다.

밖에서 보이는 누나나 언니들은 그저 동생이 좋아 죽겠는 모습인데, 우리 아가는 왜 그러는걸까, 동생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것일까 싶어 '동생 이해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던 중 우연히 전집 속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임신 중 추천받았던 단행본들로는 동생 등장에 대한 암시를 해 주었다면 전집들은 '동생들은 왜 그럴까' 혹은 '내가 형님으로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정도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아기들은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였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나보다. 자기 돌 사진을 보고 '동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동생이 하루종일 먹고자고싸고우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동생공룡돌보기'는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고,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을 공룡의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좋은소식이에요!나쁜소식이에요!'라는 말이 반복되어 첫째가 집중하여 읽기도 하고 그 안의 내용또한 알차게 담겨있어 자주 읽어주던 책이다. 엉금엉금 기어다니던 동생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좋은 소식'이라고 표현하지만 위험한 곳도 막 가므로 '나쁜소식'이 되기도 한다. 동생을 돌보는건 쉽지 않지만 쑥쑥커서 멋진 공룡이 될 것이라는 내용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샘이나요'는 첫째에게 감정표현을 알려 주기 위해 구입한 소전집 속 하나인데 동생으로 인해 샘이나는 첫째의 마음을 실감나게 표현하여 '엄마가 너의 마음을 알고 있어'라는 암시를 주기에 적합했다. 책을 다 읽어주고 '우리 꿈이도 많이 속상했지?'라고 공감해주니 아가의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진 느낌이다. 

'소담이의 돌잔치'와 '내가 정말'은 동생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아기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동생도 아직 그 '아기'라서 소중하게 다뤄줘야 함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 되었다고 본다.


책과 담 쌓고 살던 우리 아가가 밤마다 열심히 읽었던 추피 시리즈의 장점은 추피가 우리 가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추피와 가족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용을 통해 우리 아가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노는 것, 배변훈련, 예절 등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 '동생'과 관련된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 엄마가 아기를 갖고, 동생이 태어나고, 동생을 보살피는 추피의 모습을 보며 '형님'으로서 '아기'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추피가 기차를 타요'와 같이 '아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내용 속에서 기차에 탄 후 자기 시작한 동생이 내릴 때 까지 자는 모습을 보며 '아기는 역시 잠꾸러기야'라는 표현을 하는 것에서 우리 집 동생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아기는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면 안돼!'라는 단호한 말 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 우리 아가들이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아가기 위해 책 육아가 필수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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