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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Nov 19. 2019

루틴만들기

아가가 하나든 둘이든 혹은 그 이상이든 돌 전 육아가 힘든건 서로에게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째가 있는 상태에서 둘째를 키워내는게 버거운 이유는 적응해야하는 인원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어느정도 '살 것 같은' 순간이 오는 이유는 아기들이 그만큼 자람과 동시에 엄마가 어느정도 적응을 해 냈기 때문이다. 이 적응의 증거는 바로 루틴이다. 육아는 하루하루 같은 날이 없는 생동적인 활동이지만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이 루틴은 아기가 하나일 땐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우울감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두 아기를 키울 땐 매우 중요하다.


내가 지난 15개월동안 만든 루틴은 평범한 부모가 보기엔 헉 하고 놀랄 수 있지만 나같은 새벽형인간에게는 괜찮은 방법이다. 내 생체 리듬은 아침6시에 최고치를 찍고 완만한곡선을 유지하다가 오후2시쯤부터 바닥을 향해 돌진한다. 결국 저녁6시쯤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데 이 시간부터 아들들과의 '버티기싸움'이 시작된다. 재우려는자와 더 놀려는자의 싸움은 언제나 두시간 이내에 끝나기 마련인데 엄마가 너무 쉽게 이겨버리면 다음날 새벽4시에 아기들이 일어나버리고 아기들이 오래도록 버텨버리면 결국 8시쯤 엄마는 폭발하고 퇴근한 아빠가 그 화를 받아내게 된다.


어쨌든 평범한, 이상적인 우리집의 루틴은 다음과 같다.


(5시-6시)

둘 중 누군가 기상. 엄마는 1분이라도 더 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둘다 너무 쉽게 정신을 차리고 아침부터 열심히 놀기 시작.

로보트만들기/책읽기/영상보기/블럭쌓기/붕붕카타기 등 그날그날 꽂힌 활동에 몰입하다가 뜬금없이 배고프다고 들이대므로 아침을 미리 준비해두어야함


(6시)

아침식사. 배고프다더니 몇숟갈먹다말고 탈출을 시도함. 어떻게든 먹여냄. 먹이고 씻기고 치우는데 대략 한시간 소요


(7시)

엄마 씻기. 아기들 등원준비. 첫째는 이제 좀 컸다고 혼자 놀지만 둘째는 엄마와 함께있고싶음. 아기의자를 끌고오든 같이 데리고 들어가든 엄마의 인권은 온데간데없이 일단 씻음. 이 사이 두 명 모두 응가를 하므로 씻다말고 응가를 닦아줄 각오를 해야함. 응가한 아기가 나타나면 그 김에 씻기고 양치,세수하고 등원준비도 함께함


(8시)

더이상 할 일이 없음. 당장 복직을 해도 될만큼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만 지금 등원하면 어린이집에서 쓸쓸할까봐 30분정도 함께 놀아줌. 색칠공부도 하고 역할놀이도 하고 힘들땐 영상도 보여주고 집이 엉터리방터리면 함께 정리도 함. 어쨌든 등원 전에 장난감정리는 함께함. 둘째가 어리다고 못할것없음. 돌 전부터 첫째보다 둘째가 더 적극적으로 정리함


(8시40분-3시30분)

아기들 등원. 설거지,빨래 등 집안일. 다른사람들보다 살림 덜하는편인데도 자꾸 집안일하다보면 오전시간은 다 지나감. 그와중에 왜자꾸 가구배치도 다시해보고, 옷장정리도 하고, 이불빨래도 하고싶은지 이런 이벤트가 있는 날은 애들 하원 전까지 일만 함

이것저것 다 했는데 시간만 지나있고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은 우울감이 찾아오고 대낮부터 맥주한캔 하고싶어짐


(3시30분-5시)

아기들 하원. 놀이터 들러주거나 친구네 다녀오지않으면 아기들 에너지가 남아돌아 재울 때 힘들기 때문에 어디선가 놀아줘야함. 우리 아기들은 역동적으로 노는스타일이라 전방 1m앞에서 지켜봐야함. 놀다보면 아기들이 급 배고파하므로 미리 저녁반찬을 해 두거나 재료마련이 안 되어있으면 함께 장보기놀이를 하고 귀가


(5시-6시)

아기들 밥먹이기. 또 몇숟가락 먹고 안먹으려함. 어떻게든 먹이고 씻기고 잘준비함. 설거지하기와 젖병삶기를 해둘 여력이 되면 지금 함. 애들 재우고 남편이 도와주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성격이 이상해서)애들 재울 때 저것들이 거슬려서 더 날카로워짐.


(6시-8시)

장난감/붕붕카/트램폴린/미끄럼틀/숨바꼭질/역할놀이/책읽기 등 함께 놀다가 둘째가 분유를 찾으면 모두함께 침대로 들어감. 둘째가 더 어릴 땐 첫째는 두고 들어갔으나 이제 좀 컸다고 첫째가 밖에 있으면 절대 자지않음. 분유 다 먹고 바로 잠든 날은 첫째와 나와서 단둘이 책읽다 재우고 버티는 날은 침대에서 한바탕 웃고 떠들고 굴러다니다 재움. 이 때 엄마체력이 바닥을 치면서 엄마분노는 올라오므로 관리가 필요.


8시쯤 육퇴. 아무것도 하고싶지않은 상태이므로 30분간 멍때리고 있으면 8시30분쯤 남편귀가. 수다좀 떨다가 9시쯤 취침. 재미있는 드라마가 하는 시즌에는 버티고버티다가 드라마보다 쇼파에서 취침. 나도 맨정신으로 본방 드라마 좀 보고싶음..


애들이 좀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날까싶어 늦게 재워도봤는데 우리아기들은 해뜨기 전 일어나는걸로 설계되어 있는지 몇시에 자도 그쯤이라 이대로 굳어졌다. 각 가정에 맞는 루틴을 형성하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육아라 육체는 힘들지만 심적으로는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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