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훠궈를 먹고 청두는 카오위를 먹는다

청두 카오위의 강자, 카오장

by 에바
카오장의 대표메뉴

2016년이었던가. 프랑스에 중국음식의 선택지가 지금처럼 많지 않을 시절 나는 하이에나처럼 쓰촨음식을 찾아다녔다. 한자라는 것은 내 인생에 없다 생각하고 외면한 지 오래였다. 중국어는커녕 웬만한 한국 사람들이 아는 한자도 잘 읽지 못했지만 이미 유럽에 오기 전에 반해버린 쓰촨음식에 대한 갈망과 베트남 음식 외엔 나를 만족시킬 수 없는 동양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극에 달해있을 시기였던 것 같다. 마침 중국에 몇 년 살다 온 친한 친구들이 파리로 이사와 우리의 중국음식 기행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것 같았다. 중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뒤져 새로운 중식당이 있다면 출동했다. 그리고 파리 10 구였던가, 카오위(烤鱼)라는 생선요리와 매콤한 쓰촨식 요리를 팔아 손님의 대부분이 중국사람이었던 음식점에서 카오위를 만났다. 구운 생선에 콩나물, 야채, 건두부 등을 넣어 매운 소스에 졸이듯 끓여가며 먹는 이 음식을 땀 흘리며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카오위는 쓰촨지역의 큰 도시 총칭(重庆)에서 왔지만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예전부터 먹었던 쓰촨의 전통 음식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너무나 인기 있는 국민 메뉴가 된 듯 중국 사람들이 많이 이주했거나 유학 온 외국의 도시에서도 이 음식을 파는 곳이 한 두 곳은 있다. 민물고기를 통째로 구운 뒤 매콤한 양념과 다양한 부재료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가며 먹는 이 중국요리는 생선구이와 조림의 중간 어드뫼다.

음식점마다 선택할 수 있는 양념에 차이가 있지만 마라맛, 칭화자오맛, 달콤 짭짤한 마늘맛, 새콤한 토마토 맛 등으로 맛의 변주를 주고, 훠궈처럼 감자, 배추, 연근, 버섯, 푸주 등의 사리추가가 가능하니 꼭 매운맛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중국과 아시아 사람을 보듬을만한 메뉴가 되었다. 중국에선 민물고기를 주로 쓰는데 쇼핑몰을 중점으로 쭉쭉 뻗어나가 전국구로 유명한 아래 두 체인에선 가시가 없는 농어과 하이루위(海鲈鱼)로 선택해 민물 생선의 잔가시와 맛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편히 먹을 수가 있다.

청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카오위 음식점은 두 곳이다. 청두 출신으로 이미 청두에서 50개 매장수를 넘겼고, 베이징이나 다른 도시에도 진출을 시작한 카오위 강자, 카오장(烤匠, Kao Jiang)과 2013년 중국 션전(深圳,심천)에서 시작해 쇼핑몰을 거점으로 이미 전국에 여러 매장을 두고 있다는 탄위(探鱼, tanyu)다.

청두에서 젊은 부부가 카오장 1호점을 낸 후 큰 성공을 거뒀고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바로는 10년 가까이 그들이 관리할 수 있는 쓰촨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다. 물론 2026년 현재 그들의 마음이 바뀐건 확실해 보인다. 카오장은 청두의 자부심을 자극할만한 상징적이고 공격적인 캐치프레이즈로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전국은 훠궈를 먹고, 성도는 카오장을 먹는다"(全国吃火锅,成都在吃烤匠)가 청두의 젊은이들을 자극하고 매장으로 이끌었다. 탄유가 전국적인 대중성에 집중한 반면 카오장은 사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강렬한 마라 맛과 흑두부를 주요 토핑으로 밀었고 클럽 같은 어두운 조명과 중국에서 유행하는 음악, 고양이 마스코트, 생일파티 패키지,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끌 고추나 토핑이 잔뜩 올라간 카오위의 비주얼등을 활용해 훠궈보다 쿨하고 즐거운 음식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청두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외지인은 탄위를 가고, 현지인은 카오장을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두의 지역 부심을 공략했는데, 식사시간대엔 1-2시간 웨이팅을 하는 것이 예사다. 영민한 창업자와 그들의 직원들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역색과 특징을 잘 활용한 전략과 마케팅의 승리다.

탄위

청두를 사랑하고 지역 브랜드에 대한 존경으로 카오장을 응원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카오위는 탄위의 것이라 생각한다. 카오장에 비하면 소박한 인테리어에 조용한 편이라 음식에 집중 할 수 있고, 양념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다. 맵고 향기로운 음식을 즐긴다는 청두인들, 그 중 예전 스타일의 청두 음식의 기억과 향수가 있는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종종 청두의 음식들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간다며 아쉬워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두에서 훠궈를 대신할법한 메뉴로 가장 성공가도를 달리는 카오장의 인기 열풍에 한 번쯤 동참해 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곳에서 첫 경험은 반드시 마라맛 혹은 칭화자오맛이길 바란다. 더불어 위장약을 챙기는 건 다음날을 위한 옵션이다.





#청두

#중국음식

#카오위



작가의 이전글청두의 대표적인 면요리 8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