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순 볶음, 어성초 무침, 줄기상추 볶음(칭순)
청두에 살기 전 중국친구들이 너는 어떤 야채 요리를 좋아하냐 물을 때마다 공심채라 대답하곤 했다. 공심채는 중국의 공신차이라는 이름의 채소를 한국식으로 읽은 이름인데 중국의 공신차이 空心菜, 영어로는 모닝글로리, 태국에선 팍붕, 베트남에선 자우무옹이라 불리며 서로 이름이 다를 뿐 습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채소다. 줄기가 비어있지만 겉면의 조직이 단단한 편이라 씹는 맛이 좋고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만큼 외국의 중국/아시아 슈퍼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야채다. 청두에 도착한 첫 해의 겨울, 현지에서 신선한 공신차이 볶음을 자주 먹어볼 수 있겠다 싶어 신이 났더랬다. 꼭 공신차이가 아니더라도 상큼하게 오이를 무쳐낸 파이황과도 좋겠지. 시키고 싶은 야채를 중국어로 되뇌며 메뉴판을 봤는데 열심히 외워갔던 야채이름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메뉴판에서 사진만 보면 기다란 녹색 야채가 분명 공신차이 같은데 콩순이라고 번역된다. 뭐 새로운 걸 먹어보자며 주문했고, 공신차이는 아니지만 방금 화르륵 볶아내어 뜨끈하고 아삭한데 채즙이 넘치는 콩순/콩줄기 볶음은 나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豌豆苗 완도우미아오 : 어린 콩순/줄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2월 초까지 사천지역의 어떤 지역에서도 콩순볶음을 판다. 마늘, 치킨 파우더와 함께 볶아내기도 하고 약간의 마른 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을 더할 수도 있다. 평소엔 메뉴에 없지만 마오차이 집이나 훠궈집에서도 겨울 한정 주문할 수 있는 제철 야채가 된다. 국숫집에서 사이드로 시킬 수 있는 야채로도 내고, 훈연해 저장해 두었던 돼지고기 햄을 저며 넣고 대두를 넣거나 족발을 뭉근하게 같이 끓여낸 탕에도 넣어 먹는데 사천을 여행하며 콩순볶음의 진정한 맛과 질감을 즐기고 싶다면 볶음 요리를 먼저 맛보길 추천한다. 2월에서 늦게는 3월까지도 판매를 하는 곳이 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며 줄기가 두꺼워지고 질겨지니 콩순볶음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크다. 식당마다 볶아내는 솜씨가 다른 건 감안하시라. 콩순의 굵기에 따라 불을 잘 다루고 볶음시간을 완벽하게 맞춰내는 식당을 운 좋게 만난다면 세상에서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야채요리로 등극할 것이라 자신한다.
折耳根 저얼건 : 어성초
사천사람들은 한국에선 약재로 쓴다는 어성초 뿌리를 다져 훠궈 소스에 넣어먹기도 한다. 사실 사천보다 이웃인 구이저우 성에서 어성초를 더 즐겨 먹는다고 하는데, 연중 먹는 야채임에도 봄이 되면 주말에 외곽으로 나가 어성초를 캐러 떠나는 사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계절 야외에서 밥 먹기를 즐기는 청두 사람들이 나와 가족끼리 밥을 먹거나 회사 점심시간에 자주 찾는 캐주얼한 식당에서 홍유를 넣은 어성초무침을 팔곤 하는데 본인은 좋아하지 않는 야채지만 그 맛과 향이 신기해 한 번쯤 먹어본다면 왜 영어이름이 Fish Mint라 불리는지 공감할 수 있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천사람들 사이엔 어성초를 먹을 수 있는 사람과 먹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눈다. 봄에 청두를 찾는다면 당신이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青笋 칭순 혹은 莴笋 워순 : 줄기상추
훠궈나 마라탕집에 가면 외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재료다. 중국을 벗어나면 이 야채를 먹는 곳이 많지 않으니 상추과지만 줄기를 먹는 줄기상추라는 이름으로 이 야채의 맛과 질감을 짐작하기 힘들다. 한국에서도 나름 유행이 된 궁채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을 볼 수 있다. 줄기상추의 매력은 썰어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야채처럼 변한다는 것. 훠궈집을 돌다 보면 모든 테이블에 놓인 녹색 야채는 줄기상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얇게 편을 썰어 돌돌 말아내는 곳, 텀벙텀벙 썰어 사각거리는 질감을 크게 한 입으로 즐길 수 있게 내는 곳, 넓적하게 썰어내지만 두껍지는 않아 국물을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내는데, 훠궈의 탕을 잘 흡수해 얇은 무같은 맛이 나기도 한다. 줄기상추는 거의 사계절 맛볼 수 있으니 훠궈집에 간다면 잊지 않고 주문해야 할 야채.
중국은 대륙이라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는 우한, 광동, 북쪽에선 같은 계절 다른 야채를 먹는다. 베이징과 상하이도 좋지만 청두와 같은 남쪽 지역을 여행해야 할 큰 이유 중 하나는 풍부하고 다양한 야채와 향신료를 즐기기 위함이 아닐까.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이맘때 매주 찾아가 먹었던 내가 좋아하는 식당 마왕즈의 완도우미아오, 콩순볶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