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의 길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짧은 가을을 지나 연말을 맞이할 때면 장소를 불문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혹은 트리의 오너먼트처럼 사천식 소시지가 이곳저곳에 걸린다. 보통 동지가 끝나자마자 중국 설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집집마다 소시지를 만드는 전통이 있다. 사천지역뿐 아니라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각기 다른 스타일의 소시지를 만들지만 소시지를 만들면 어디에든 걸어도 되는 사천 사람 특유의 자유와 너그러움 덕분인지 몰라도 도심 한가운데 빨랫줄과 나무에도 소시지가 걸려있다. 그뿐인가, 여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중년과 노인들의 하루를 담당하는 마작을 위한 마작방의 천장, 혹은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공원 등 외국인으론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소시지가 담긴 겨울 풍경은 청두에 여행 오거나 갓 살기 시작한 이들에게 너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그 양과 소비하는 소시지의 양을 짐작해 보면 한 겨울의 사천지역은 동양의 독일이라 부를 수도 있을 정도다.
사천지역의 기후가 북쪽처럼 너무 춥지 않으며 해가 강하지 않은 흐린 날이 많은 데다 습도가 높은 편이라 소시지를 만들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도 한다. 집집마다 다른 방식의 소시지를 만들겠지만 사천식 소시지를 만드는 일반적인 방식을 소개한다. 재료만 준비한다면 혼합하고 담는 과정이라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지만 매일 소시지를 밖으로 내놨다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의 맛, 정성을 담은 맛이다. 매년 만드는 소시지의 맛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이미 몇 스푼, 몇 그램으로 매뉴얼화된 서양식 레시피와는 차이가 있으니 어떻게 만드는지 그 재료와 과정을 참고하는 정도로만 보시길.
<사천식 소시지를 만드는 법>
준비재료 : 돼지고기, 돼지소장, 소금, MSG, 화자오 분말, 고춧가루, 사천에서 나는 백주, 설탕
*소시지를 만드는 고기의 지방과 살코기 비율은 3:7이 가장 좋다
제조방법 : 1) 집안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돼지 소장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골고루 저어 뚜껑을 덮고 8~10시간 동안 숙성한다. 돼지고기의 살코기는 맛이 배지 않기 때문에 맛을 봐가며 1-2시간가량 더 숙성해야 할 수도 있다.
2) 절이는 과정에서 위에서 준비한 재료를 넣을 소장을 손질한다. 소장을 따뜻한 물과 함께 소량의 소금이나 알칼리를 넣어 씻는다. 소금과 알칼리를 너무 많이 넣으면 소장이 말라버려 소장을 긁어내는 과정을 거칠 때 쉽게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소장을 잘 세척 후 평평하고 딱딱한 곳에 놓고, 스테인리스 스틸 직선자나 식칼에 균일한 힘을 넣어 소장을 위에서 아래로 투명해질 때까지 매달아서 긁어내고 물을 이용해 소장의 안팎을 헹궈내면 완성이다.
3) 절인 살코기를 다시 한번 저어주고 내장의 한쪽 끝에 깔때기를 넣어 고기를 내장 안에 가득 채워 넣는다. 물론 먼저 가느다란 밧줄 모양으로 내장의 밑부분을 단단히 묶은 후 시작해야 한다. 내용물을 채운 후 손으로 살살 문질러 소시지를 가늘고 균일한 모양으로 정리한다. 욕심내어 너무 가득 채우지 않을 것을 명심하자, 소시지가 너무 느슨하거나 공기로 채워지면 안 된다, 소시지가 말라가며 모양이 예쁘지 않다.
4) 내용물이 잘 주입된 소시지를 10--20CM 간격으로 정리해 가느다란 밧줄처럼 묶고, 각 마디의 바닥 끝에 바늘로 작은 구멍을 뚫어 놓는다. 완성 후 햇빛이 충분한 곳에서 3-4일 동안 햇볕을 쬐고, 통풍이 잘 되는 최대한 높은 곳에 걸어두자. 보통 처마 밑에서 바람에 하루 종일 말려 15일 정도 걸리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천식 소시지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소시지는 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찜기에 쪄서 잘라낸다. 화자오, 고추의 매콤한 맛과 설탕 술이 내어주는 달콤하고 말랑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말린 소시지는 그늘진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면 겨울 동안 보관할 수 있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먹다 남은 소시지를 냉장고의 냉동실에 넣어서 냉동 보존하는 것이 좋다. 소시지를 건조한 후 냉장고의 냉장실에 넣어 보관하면 건조 시간이 너무 길어서 소시지가 건조해져서 식감이 촉촉하지 않은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가족들이 집에서 소시지를 만들지만 고기의 질이 좋은 소시지를 먹고 싶으면서도 귀찮은 사람들은 소시지를 전문적으로 채워 만들고 말려주는 곳에 부탁해 수고를 줄일 수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