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와 총칭식 훠궈
많은 사천요리들이 유명하지만 사천 사람들에게 훠궈는 자부심의 원천이며 종교와 같다. 19세기 청나라 말기에 부두 노동자와 상인들이 팔리지 않은 동물의 내장을 매운 국물에 끓여 먹던 가난한 음식에서 시작되었다는 훠궈는 습도가 넘치는 사천에서 우리 몸의 습한 기운을 빼주는 화자오와 다양한 향신료가 더해져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음식이라 믿는다. 청두 지역에 약 35,000개의 다양한 형태의 훠궈 음식점이 영업 중이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밤늦게 도착하더라도 캐리어를 끌고 여행 중 가장 그리웠던 음식을 먹기 위해 24시간 영업하는 훠궈집으로 향하는 사천 사람들이 있다. 9시면 영업을 종료하는 비교적 이른 저녁식사를 하는 이들이지만 훠궈집이나 촨촨같은 훠궈와 유사한 음식을 파는 음식점은 예외다. 우리가 고깃집에 가듯 회식을 훠궈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훠궈집이며, 용광로처럼 높은 기온에 뜨겁고 숨이 막히는 청두와 총칭의 더위에도 티셔츠를 둘둘 말아 가슴까지 올려 고정해 두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용암같이 끓어오르는 훠궈를 먹는 무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기 있는 훠궈집에 들어가기 위해 두세 시간 줄을 서서 각종 견과류와 과자를 먹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너는 훠궈를 얼마나 자주 먹느냐, 어떤 훠궈집이 가장 괜찮은지 아느냐, 네가 선호하는 훠궈는 총칭 식이냐 청두 식이냐를 토론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들에겐 흔한 일이다.
청두식 vs 총칭식 훠궈
가장 많이 듣는 훠궈에 대한 질문 한 가지는 청두와 총칭식의 훠궈 중 어떤 스타일을 더 선호하는 지다. 해외에서 훠궈를 배운 초짜에겐 빨갛게 끓는 탕에 여러 재료를 빠트려 먹는 훠궈가 비슷해 보이는데 왜 이렇게 길거리에 훠궈집이 많은지 이해를 하기 힘들지만 한국사람에게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와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의 선호와 같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영역의 문제다. 여러 설과 의견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총칭식은 더 매운탕을 쓰는 것이 다르다고도 하지만 매운 정도가 청두식과 총칭식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덜 매운맛-중간 매운맛-매우 매운맛 정도의 기본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청두 스타일의 훠궈는 우지를 쓰는데 집착하지 않고 채소 기름 위주로 마자오와 화자오, 다양한 향신료에 고추를 써서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탕을 만들어내는데 초첨을 맞춘다. 위앤양 훠궈(두 가지 탕이 있어 매운맛과 다른 맛의 탕을 선택할 수 있는 냄비)나 몇 가지로 갈라져 버섯탕, 오리탕, 토마토 탕 등의 다양한 맛의 탕도 허락하는 훠궈집을 흔히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반면 총칭 스타일의 훠궈는 풍미가 강한 탕을 낸다. 채소 기름을 꽤 쓰기도 하지만 끓이기 전 시각적으로 하얀 우지를 확인할 수 있고, 우지를 기본으로 한 기름 많은 고추를 추가해 끓는 동안 고추기름이 흘러나온다. 처음에 먹는 훠궈의 맛이 생각보다 그다지 맵지 않게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때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매워지는 훠궈를 먹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위앤양같은 다양한 탕을 시킬 수 없게 이미 자리에 홍탕 한 가지로 세팅이 되어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도 총칭식 훠궈 음식점의 특징이다. 다양한 야채나 고기 종류보다는 신선한 천엽과, 돼지 내장, 토끼의 신장, 오리 혀, 콩팥, 선지 등 다양한 부위를 내니 동물의 신체 장기의 이름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중국어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총칭식 훠궈 식당이다. 같은 사천 사람들이라 해도 총칭 사람들은 청두 사람들이 너무 달게 먹고 매운 걸 이기지 못하는 연약한 이들이라고 한다. 청두 사람들은 총칭은 섬세함을 모르니 청두의 다양하고 세련된 문화 같은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여러 사천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가진 외국인은 딱히 어떤 훠궈를 선호한다고 말하기 힘들고 다음날 배가 아파 고생해도 훠궈 모임에 초대될 때 절대 거절하지 않고 다양한 훠궈집을 시도해 본다. 이들의 훠궈엔 사천 인들의 생각과 문화, 강렬한 자부심이 녹진하게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