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인의 소울푸드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는 백화점 혹은 쇼핑몰의 푸드코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소비를 위한 도시라는 명성을 얻은 쓰촨 성의 청두엔 이미 쇼핑몰이 넘쳐나고 이미 다 채울 수 없는 공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도 있지만, 소비로 빛나는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함인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늦었기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서남부의 건설경기를 더 유망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위한 묘책인지 모르겠지만 청두는 가열차게 쇼핑몰을 계속 건설 중이다. 청두에 위치한 대부분의 쇼핑몰에 빠지지 않고 입점해 있는 음식점은 단연코 마오차이집, 차오쇼우집(사천식 만둣국), 페이창펀(肥肠粉) 체인이다. 우리는 이 셋을 청두인의 소울푸드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 방영된 프로그램 중 페이창펀(肥肠粉)의 비주얼을 가장 잘 담은 것은 백종원 씨가 맛있게 드시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이다. 붉은 기름이 찰랑거리는 대접에 매듭을 지어 올린 곱창 비스무리한 어떤 것이 올려져 있는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의 당면 국수. 청두에 살기 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보고 꼭 먹어야 할 것을 예습하는 동안 어떤 채널에서건 청두에 오면 꼭 시도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로 추천되었던 페이창펀은 청두 사람들의 소울푸드와 같다. 청두에 도착해서 약 세 달 동안 20여 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그 맛을 이해해보려 했다.
페이창펀은 총칭보다 청두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지만 당면국수를 탕에 말아먹는 국수의 시작은 수안라펀(酸辣粉)에서 찾는 것이 맞다. 청나라 시대(1644~1911) 이전부터 쓰촨 및 충칭 지역에서 즐겨 먹던 수안라펀의 유래는 삼국시대 도원결의 당시 장비가 고구마 당면을 만들어 먹은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민간 설화가 있을 정도로 그 기원이 매우 깊다. 이후 1900년대 초반 청두의 외곽인 솽류구(双流区) 바이 궈진(白果镇)의 노점상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돼지곱창을 삶아 우린 국물에 당면을 넣고 몇 조각의 돼지곱창을 얹어내 팔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사천사람들이 사랑하는 페이창펀이 되었다.
어느곳에서건 페이창펀을 주문하면 고추 없이, 고추를 넣어 맵게 먹고 싶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페이창펀 전문점이라는 가정아래 페이창펀을 제조하는 방식은 당면을 만들고 풍미 좋은 돼지곱창 국물을 내는 데부터 시작된다. 고구마전분 반죽을 구멍 뚫린 바가지에 넣고 소리가 들리도록 손으로 탕탕 쳐서 뜨거운 물에 바로 내리는 다펀(打粉)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덕분에 면발이 부드럽고 국물을 잘 흡수해 후루룩 먹을 수 있다. 쫄깃한 맛을 즐기는 한국 사람 입장에선 당면이 너무 푹 익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지만 이들의 기준에선 부드럽게 목구멍을 통과하는 당면이 잘 만들어낸 페이창펀의 기본이다.
페이창펀을 먹을 때 꼭 같이해야 할 음식이 하나 있다. 구어퀘이(锅盔)라고 고기소를 넣은 중국식 빵인데 산시, 사천을 비롯 중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빵이지만 꼭 사천식으로 화자오의 존재감이 가득한 사천식 구어퀘이를 한입, 후룩후룩 넘어가는 부드러운 당면 한 입, 부드럽게 삶아낸 돼지곱창을 씹으면 어둡고 매캐한 청두의 겨울을 버틸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