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_ 서로의 리듬에 조율되어 가는 시간들

두 세계가 조용히 가까워지는 방

by Evanesce

Attune [ ətjú:n ]

1. <악기 등을> 조음[조율]하다

2. <마음 등을> 맞추다, 조화시키다, 익숙하게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닮아 있는 듯한 두 사람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 결을 지니고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말투나 취향, 감정의 방향이 비슷해 보이고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그럴듯하게 닮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세부적인 결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습관의 모양이나 하루의 속도,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 같은 것들은 조금씩 다른 틀 안에서 자라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곤 한다.


이는 인간이란 존재가 아무리 가까워도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는 개별적 세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렇기에 서로가 비슷함 속에서도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들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미묘한 다름이 존재한다고 해서 함께 걷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화'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하는 노력의 대부분은 이 작은 차이를 정교하게 감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말투 속에 숨어 있는 기류를 읽고, 하루의 속도가 어느 순간 느려졌다가 어느 순간 다시 빨라지는지를 포착하고, 감정의 결이 어떤 순간에 흔들리고 어떤 순간에 고요해지는지를 귀 기울여 관찰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서로의 리듬에 조율되어 간다.


조율이라는 행위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며, 즉각적인 변화보다는 서서히 스며드는 움직임에 더욱 가깝다.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속도에 완벽히 맞춰지는 일은 거의 없고, 대개는 서로가 지닌 차이의 모서리를 조금씩 부드럽게 다듬어가며, 마치 오래된 악기의 음정을 손끝으로 천천히 조정하듯 조용하고 섬세한 과정 속에서 단단한 조화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어떻게 숨을 쉬고, 어떤 순간에 말이 멈추고, 어떤 표정에서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는지를 배우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리듬에 맞춰 자신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것이다.


'조화'의 본질은 바로 이 조율의 감각에 있으며, 그 속에는 억지로 맞추거나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기류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건네는 작은 배려의 연속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의 속도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하루를 통째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하루를 구성하는 미세한 숨과 생각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먼저 필요하고, 그 태도는 자연스럽게 상대의 세계로 들어가 자신의 세계의 결을 조금씩 바꾸도록 만든다.


이 과정이 바로 '맞춰나간다는 것'의 가장 근본적 의미이고, 서로가 완벽히 같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모든 관계는 결국 두 개의 리듬이 만나 서로를 조금씩 조율하는 과정이며, 두 리듬이 처음부터 완벽히 일치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 때문에 발생하는 어긋남을 불만이나 갈등이 아니라 조율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되고, 그 가능성을 향해 손을 뻗는 행위가 관계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서로의 미묘한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 차이는 충돌의 원인이 아닌 조화가 완성되는 과정의 일부가 된다.


시간이 흐르고, 서로가 상대가 지닌 고유한 결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두 사람은 어느새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방식으로 상대의 속도를 맞추고, 필요한 순간에는 잠시 멈추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맞추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크고 극적이지 않지만, 관계의 깊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움직임이 되기도 한다.


조율은 소리를 크게 내지 않지만, 그 과정은 오래도록 서로에게 남아 조금 더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며, 서로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완벽히 같기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다름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능력에 그 의미가 있으며,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조화는 강요된 일치가 아니라 서로의 결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뒤에 비로소 만들어지는 정직한 울림에 가깝다.


그 울림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섬세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를 결국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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