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_ 뜻하지 않은 순간이 우리 앞에 다가올 때

왜 지금, 왜 나에게 찾아오게 되었는가

by Evanesce

Unwillingness [ ʌnˈwɪlɪŋnɪs ]

1. 본의 아님, 자발적이 아님

2. 뜻하지 않음


삶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가고자 하는 길이 있고, 분명 그 길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순간들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왜 내게 하필 이런 일이?"라는 질문을 되뇌며, 때로는 원망과 분노로 흔들리게 되기도 한다. 분명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고, 이루고자 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올바른 길을 걷고 있었다고 믿었는데도, 어딘가에서 나타난 불가항력의 벽이 나의 길을 가로막을 때, 그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성숙을 바란다. '뜻하지 않은 순간'은 단순히 우리를 멈춰서게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또 다른 시각이나 새로운 관점, 또다른 방향을 발견하게 만들어 주는 창문이기도 하다.


누군가 장애물을 마주하였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이것을 어떻게든 부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일 것이다. 신념을 지키고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때로는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가로막음을 단순히 부정적인 것이라고만 치부하는 것이 옳을까. 어쩌면 지금 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잠시 나를 멈추게 하여, 지금까지의 길이 정말로 내가 가고자 했던 방향이 맞는지를 물어보고, 다시금 돌아보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이 길이 정말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가."

"왜 이 길을 선택하여 걷고 있는 것인가."

"혹시 지금 네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가."



가로막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나의 욕망뿐 아닌 타인의 시선과 세계의 균형 속에서 다시금 길을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길을 수정할 수도, 새로운 방식으로 꿈을 좇아갈 수도 있게 된다.


우리의 삶 속에서는 두 가지 태도 사이의 균형이 요구된다. 하나는 끝까지 싸워 나가며 나의 신념을 관철해 나가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멈춤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포용하는 태도이다. 이중 맞서 싸우는 태도만을 고집한다면, 반대로 모든 것을 포용만 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조차 잃어버릴 수도 있다.


싸우되 귀 기울이고, 나아가되 멈출줄 아는 것.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때 균형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F. Nietzche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 니체



우리의 삶 속에 찾아오는 고통 중에서 이유를 가지지 않은 것은 없다. 그 고통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더 깊은 이해와 함께 단단해진 의지를 선사한다. 뜻하지 않은 그 순간들은, 때로는 우리가 애써 잡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길을 비추어 주기도 하며, 내면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어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 주기도 한다.


눈앞에 마주한 '뜻하지 않은 순간'이 단순히 우리를 막고 있는가, 아니면 숨은 무언가의 의미를 알려주려는 것인가. 이때의 대답이 곧, 우리가 걸어갈 길이 될 것이다.


이유 없는 시련은 없고 대가없는 고통은 없기에, 삶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 순간조차도 결국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과정일 뿐이다. 언젠가 돌이켜보았을 때, 그 멈춤의 순간들이 사실 앞길을 막아선 것이 아닌 더 깊고 더 넓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다리였음을, 그 순간들이 단순한 시련이 아닌 삶을 위한 선물이었음을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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