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_ 멈추지 않으려는 시도

흔들림 속에서도 이어지는 선택

by Evanesce

Endeavor [ indévər ]

1. 노력, 시도, 애씀

2. 노력하다

3. 시도하다


어떠한 마음은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특별한 이름이 붙지 않은 채, 그저 하루의 어딘가에 머물러만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리를 넓혀 간다. 쉽게 선언되지 않는 그 마음은 누군가에게 증명하려 들지도 않으며, 그저 스스로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전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게 되고, 예전에는 그저 지나쳤을 만한 장면 앞에서도 발걸음을 늦추게 되며,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지금 앞에 놓인 상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를 생각할 때마다 계산해야 할 조건들이 있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 현실의 무게가 있으며, 조심스럽게 걸어 나가야 할 구간들이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마음속에서 그 무게를 피하는 대신, 그 안에서 조금씩 걸어 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 더 빠르게 가려하지 않고, 더 크게 말하지도 않으며, 다만 멈추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조용히 이어지는 시도, 포기하지 않는 방향과 같은 태도들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하루를 통과하는 방식 안에서 분명히 남는다.


어떤 이를 향한 마음 역시도 그렇다. 그 존재는 이전의 기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를 남긴다. 원래의 선택 기준이 조금씩 이동하고, 전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감정의 결이 눈에 서서히 들어오게 되며,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반응들이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전의 모습만이 전부라고 믿고 있었는데, 전혀 다른 결의 모습이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연속된다.


그 변화는 때때로 낯설기도 하나, 불편하지는 않다. 오히려 신기함에 가깝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이전에는 선택하지 않았을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비로소 자신이 더 넓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더 지켜줄 수 있을까.


부담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감정의 방향에 가깝다. 억지로 만들어낸 다짐이 아닌, 이미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던 감정이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고, 설명하려 하지 않더라도,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어떤 존재를 오래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은 조용히 자리를 만들어간다. 그 감정은 크고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따뜻한 방향을 향해 흐르곤 한다.


포기하지 않는 선택이 반복된다. 하루를 건너고, 또 다른 하루를 건너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일. 그 반복이 결국 하나의 길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자신이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무엇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를 향해 시작되었을지라도, 그 마음은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의 깊이를 알게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조용히 자라난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안정적인 온도로 남는다.


사실, 앞으로의 시간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 방향을 쉽게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조용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시도, 말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선택, 보이지 않아도 계속되는 마음. 그런 시간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이러한 감정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온도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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