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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Apr 01. 2022

루틴 없는 루틴

어슬렁거리다


느지막이 일어나 더운물 한 잔을 마시고 어슬렁 거려도 되는 이 아침이 좋다. 코로나가 아니면 맞이할 수 없는 아침의 모습이다. 소규모로 혼자 운영하던 요가원의 문을 닫은 건 2년 전 봄, 재충전을 위한 긴 '방학' 이 될 거야 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길어지는 방학, 아니 백조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아닌 어찌할 수 없는 이 현실에 적응이 되어 제법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성공하려면 일찍 일어나 일정한 루틴을 지켜가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 S.N.S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도 내 길을 가고 있는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트렌드에 둔한 편이 아닌 나 또한 새벽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경험으로 이른 새벽의 성공 루틴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성공' 한 인생이 되려면 30분 아니 10분이라도 꾸준히, 쉬지 않고,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이 방면의 멘토들은 역설한다.  참으로 긍정적이고도 멋진 조언인데 이 걸 받아들이는 개인의 자세에 따라 성공한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이 나뉜다는 얘기로 나는 이해했다.


그런데 '성공' 한다는 건 무엇일까? 모두가 알아봐 주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니면 요트 타고 세계일주 하는 거? 종잣돈을 지혜롭게 굴려 돈이 돈을 불러 알아서 이자가 쌓여가는 것? 여기서 주목할 건 성공한 이들의 지난날은 나처럼 평범한 이들의 지난날들과 다르다 거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알았을 때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성공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욕망' 이 불타는 '의욕'으로 승화되어 행동하고 마침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거다.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졸라맨 채 청춘을 바쳐 공장 노동자에서 세계 랭킹 몇 위의 갑부가 된다는 거다. 뜬금없지만 나는 여기서 얼핏 '위대한 개츠비' 속 개츠비의 모습이 스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콘텐츠들에 환호하는 현상을 보며 또 하나 드는 생각.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팬데믹의 시대 속에서 '다들 불안하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 역시 '미래에 사라지게 될 직업군'까지 검색해보기도 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고 했던가. 나는 '성공' 이란 단어 대신 '만족'이란 단어를 슬쩍 끼워 넣어 본다. 그리고 오래 곁에 두고 읽는 책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 속에서 문장 하나를 불러온다. 

'미래에 위축되지 말고 현재를 살라'는 잠언 말이다.

 

오늘의 비건 푸드 중, 핸드드립 커피 제조중


오늘은 오랜만에 아날로그적으로 핸드밀로 커피콩을 갈아서 커피 한 잔을 내렸다.

노릇하게 구운 비건 식빵 한 조각에 사과 반쪽에 천혜향 반쪽, 전 날 만들어둔 칙피 샐러드까지 있다.

새로 읽기 시작한 '긴즈버그의 말'까지 있으니

충분히 만족하다. 스스로 자족하니


이 또한 성공한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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