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낸다는 것
초원이와 함께 햇던 날들의 기억이 과거형이 되었다는 것
부엌 창가에서 큰 나무가 보이던 곳 초원이와 메르씨가 가뿐히 올라가던 예전 집
2019년 11월 25일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8년 동안 함께 했던 반려묘 초원이가 천국으로 간 날이라니
지금도 실감이 나질 않아요.
초원마을에서 내게로 왔던 초원이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웠던 나의 초원이
초원이가 있었을 때의 하늘과
초원이가 하늘로 돌아가고 난 후의 하늘이 너무 다릅니다.
구름도 달리 보이고
노을도 달리 보입니다.
버스 창가에서 듣던 같은 노래도 다릅니다.
이미 따뜻하고 부드러운 풀밭이 펼쳐진 천국에서 행복할 초원 이를 떠올려봅니다.
슬퍼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이별하는 중입니다.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찍곤 하던 작은 앵글 속에서
사랑하는 초원이가 떠나고 난 그 이후의 풍경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초원 이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과 상황들은 다 지우고
깊어지려 합니다.
아름다워 지려 합니다.
여리고 천진했던 나의 초원이처럼
1년을 묵혀두었던 이 글을 다시 시작합니다.
초원사진관은 초원이의 이름을 본 딴 아름다운 사진관입니다.
하루도 슬프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살아가지 않은 날도 없었습니다.
산책길에 본 아름다운 순간들,
그 아름다운 순간마다에 사랑스러운 영혼이 깃들였을 것만 같아서
또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슬픔보다 더 큰 사랑의 힘으로 기억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