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회로를 돌리는 시간

어떤 소회는 세계 시장을 꿈꾼다.

by 김윤선

필자의 산문집 <오늘부터 채식주의>가 출간된 지 어느 사이 3개월 차입니다. 책을 준비하며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출간 3개월 만에 잊힌다는 건 섭섭함을 넘어설 만큼 아쉬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소위 비 주류 작가로서 그리 된다 해도 어색해하지 않을 만큼의 메타인지가 되어있기에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책은 아직 2쇄 찍을 계획을 못했고, 출간 즈음에 가졌던 설렘과 기대는 여느 보통날의 감정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찾아 보다 발견한 리뷰의 글과 영상, 동지들이 써 올려준 글들을 볼 때면 책 낸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저는 사실 지독한 예술 지상주의자입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읽으며, 그 불완전함과 미숙함에 부끄러워질지라도 깊은 밤 혼자 깨어 시 한 편을 완성해 내는 고독의 시간을 사랑합니다. 효용성과는 거리가 먼 그 작업의 시간 안에서 비로소 '예술'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 말입니다.


이와 달리 <오늘부터 채식주의>는 널리 읽히고, 알리고, 말하고 싶어서 펴낸 책입니다. 필자 혼자서 알고 느꼈던 것들을 꺼내어 나누고 싶어서 낸 책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으로 인해 채식 식단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다며, 자신이 실천하는 채식식단 사진과 함께 올라온 리뷰를 보는 일은 기쁜 일입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채식 생활방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만이 아닌, 살아가는 매 순간 속에서 마주치는 현실과 가치 있는 선택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변화의 시작이 이 책으로 비롯될 수 있다면, 이 책이 갖는 가치는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며, 그것이 나와 지구,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책 출간 이후 가졌던 행사라면 예스 24 사락에서 마련했던 저자와의 만남 시간이었습니다. '식탁 너머 이야기'라는 주제로 가졌던 1시간 30분 너머의 만남 시간을 통해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채식', '요가', '동물권', '시적인 순간'에 이르기까지 쏟아져 나오려는 이야기들을 겨우 마칠 수 있었던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일은 이 책이 7차 수출용 출판 홍보자료 번역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전체는 아니자만 샘플 번역비 전액을 지원받아 3월에는 수출용 번역 출판물을 홍보하는 플랫폼에 필자의 책 <오늘부터 채식주의>가 당당히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2월도 중순 이제 곧 3월, 새봄을 기다립니다. 비 주류 작가니, 유명하지 않은 작가니, 인기 없는 시인이니, 재쇄니 이런 쪽에는 눈을 돌리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내게 주어진 이 삶과 이 길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한 걸음 한 걸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기도와 염원을 담아 나아가려 합니다. 나마스테 _()_




대형 출판사와의 당당히 겨루고 좁은 문을 통과한 출판사 루미의 정원의 첫 책 <오늘부터 채식주의 >


북토크는 언제나 즐거워요.



책의 문장들은 언제나 어디선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부엌 쪽을 향해 있다. '두부 만드는 날' 집안을 가득 채우던 뽀얀 수증기, 동짓날 팥죽 냄새에 뒤섞인 어린 날의 웃음소리, 김장 배추의 노란 속과 무의 붉은 흙빛이 만들어 내는 계절의 색채가 한 장면씩 펼쳐질 때마다, 독자는 어느새 저자의 식탁 옆 의자에 함께 앉아 있는 기분이 된다. 그때 비건은 이념이나 규율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과 계절, 그리고 상처받지 않은 재료들이 전해 주는 조용한 위로의 다른 이름이 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채식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손에 쥔 한 송이 바나나와 한 줌의 팥, 국물 속 두부 한 조각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마 그게 이 책이 건네는 가장 깊은 감화가 아닐까 싶다.

_ 동료 작가 이운진 시인의 리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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