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06]
손을 뻗어 허공에 대어 보는 경우가 늘었다.
내가 정말 존재하긴 하는지
살아있는지도
실감이 나질 않아서.
찌르면 피가 나긴 할까?
눈으로 봐도 만져보아도
체온이 느껴지질 않는다.
바쁜 게 지나면 멍하니.
여기에 뭐가 있었는지도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그저 새하얀 무의
그곳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거기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억하는 것보다 잊는 게 늘어나는 걸 보니,
새로운 걸 받아들일 시기인가 보다.
낡은 것을 버리고,
익숙한 것을 바꾸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를
생각이 따라가지 못해서
일단정지 상태로.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