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는 거짓말을 멈추는 법

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by 미양
KakaoTalk_20200117_161001095_02.jpg 정직한 감정 표현이 바꾼 나의 관계들 2020 ⓒmee.yann



"괜찮아."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이 말을 했을까?

아침에 늦어서 허겁지겁 출근했을 때.
점심에 동료가 "피곤해 보인다"고 했을 때.
저녁에 친구가 "오늘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괜찮아."

그런데 정말 괜찮았을까?


1. "괜찮아"는 거짓말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왜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세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왜?...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습관이었다.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2. 우리는 왜 "괜찮아"라고 거짓말할까

이유 1. 어려서부터 학습했다

"울지 마"
"별거 아니야"
"네가 참아"
"다 괜찮아"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고 배웠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야 착한 아이, 강한 사람이라고.


이유 2. 거절당할까 봐 두렵다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면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나약하다고 생각할까 봐 부담 준다고 미안해서

관계가 멀어질까 봐 두려워서 거짓말했다.


이유 3. 나조차 모른다

"지금 괜찮아?"

모르겠다. 정확히 뭐가 괜찮지 않은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나조차도 모르니까 그냥 "괜찮아"라고 한다.


3. "괜찮지 않아"라고 말한 첫날

6개월 전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요즘 어때?"

습관처럼 "괜찮아"가 나오려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3초. 5초.

"괜찮지 않아."

처음으로 말했다. 친구가 멈췄다.

"어디가 안 괜찮아?"

"외로워."

"너무 지쳐."

"의미가 안 느껴져."

말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


4. 예상과 다른 반응

친구가 불편해할까 봐 두려웠는데,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나도 외롭고, 나도 지쳐. 나도 의미를 모르겠어."

그리고 30분간 우리는 "괜찮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괜찮아"라는 거짓말 대신, 진짜 감정을 나누었다. 대화가 끝난 후, 처음으로 덜 외로웠다.


5. 정직한 감정 표현 3단계

1단계: 멈추기

"괜찮아"가 자동으로 나오려 할 때, 3초만 멈춰보세요. 진짜 괜찮은가?


2단계: 정확히 말하기

"괜찮지 않아" 다음에 구체적 감정을 붙이세요.

❌ "괜찮지 않아"
✅ "괜찮지 않아. 지쳐"

❌ "별로야"
✅ "별로야. 외로워"


3단계: 필요 표현하기 (선택)

원한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세요.

"지쳐서,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
"외로워서, 이야기 좀 들어줄 수 있어?"
"불안해서, 옆에 있어줄래?"

필요를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감정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6. 처음엔 어색했다

"괜찮지 않아"라고 말하기 시작한 첫 달, 너무 어색했다.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웠다. 다시 "괜찮아"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했다.

동료가 "오늘 좀 피곤해 보이네"라고 했을 때

"응, 지쳐. 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

엄마가 "요즘 어때?"라고 물었을 때

"괜찮지 않아. 외로워."

친구가 "밥 먹었어?"라고 물었을 때

"응. 그런데 허무해."


7. 달라지기 시작한 관계들

엄마와의 관계

"외로워"라고 말하자, 엄마가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기로 했다.

"괜찮아"라고 했다면, 여전히 외로웠을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

"허무해"라고 말하자, 친구가 "나도 그래. 같이 뭐 할까?"라고 했다.

"괜찮아"라고 했다면, 계속 혼자였을 것이다.


8.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3개월 후, 나는 깨달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지 않은 게

나약함이 아니라 정직함이고

부담이 아니라 연결이고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움이다.

모든 사람이 괜찮지 않을 때가 있다.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라,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게 진짜 용기다.


9.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할 때

물론 모든 상황에서 정직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 직원이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괜찮아요"라고 해도 된다.

승강기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때요?"라고 물으면, "괜찮아요"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진심으로 물을 때, 내가 괜찮지 않을 때,

그때만큼은 정직해도 괜찮다.


10. 상대도 거짓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돌아봤다. 그들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 "괜찮아" 뒤에 숨은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제 나는 다르게 묻는다.

❌ "괜찮아?"
✅ "요즘 어때? 정말로."

❌ "별일 없지?"
✅ "힘든 일 없어?"

❌ "다 잘되고 있지?"
✅ "어떤 감정 느끼고 있어?"

질문을 바꾸자, 답이 달라졌다.


11.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용기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네가 먼저 '괜찮지 않아'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나도 말할 수 있었어."

나의 정직함이 다른 사람의 용기가 되었다.

"괜찮아"라는 거짓말을 멈추면, 주변 사람들도 멈춘다.

정직한 감정 표현은 전염된다.


12. 당신도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누군가 당신에게 묻는다면,

"요즘 어때?"

"괜찮아"라고 자동으로 답하고 있나요?

3초만 멈춰보세요. 진짜 괜찮은가요? 아니면

지친가요?

외로운가요?

불안한가요?

허무한가요?

서운한가요?


괜찮지 않다면,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괜찮아"라는 거짓말은 우리를 고립시킵니다.

"괜찮지 않아"라는 정직함은 우리를 연결시킵니다.

당신의 "괜찮지 않음"이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작은 정직함을 시작해보세요.



미양
생태감성 아티스트 | 감정 · 예술 · 환경을 잇는 교육 전문가

"나로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환경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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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mee.y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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