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친구가 물었다.
"감정생태? 그게 뭐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말로 정리된 적이 없었다. 다만 느낌으로만 알았다.
내 안에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감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마치 생태계처럼 순환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감정생태'를 글로 썼다.
3년 전 나는 감정의 사막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았다. 그냥 텅 비어 있었다. 친구가 "요즘 어때?"라고 물으면 "괜찮아"라고 답했지만, 괜찮은 게 아니라 느낄 수 없었다. 감정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어른이 되면 다 이렇게 사는 건가? 아니었다.
나는 감정을 억눌러왔고, 무시해왔고, 지워왔다. 그 결과, 내 안의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봤다. 늑대가 사라진 숲. 사슴이 너무 많아져서 풀을 모조리 뜯어먹고, 강둑이 무너지고, 새들이 떠나고, 나무가 죽었다. 하나가 사라지자, 전체가 무너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안의 감정도 이렇구나. 슬픔을 억누르니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를 삼키니 사랑도 식었다. 두려움을 무시하니 용기도 사라졌다. 감정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였다.
그날부터 나는 내 안의 감정을 생태계로 보기 시작했다. 감정생태란, 당신 내면의 감정들이 서로 연결되고, 순환하며,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하나의 살아있는 시스템. 마치 숲처럼.
감정은 독립적이지 않다. 모든 감정은 연결되어 있다.
슬픔을 억누르면 → 기쁨도 무뎌진다
화를 삼키면 → 사랑도 식는다
두려움을 무시하면 → 안전감도 사라진다
하나를 지우면, 전체가 무너진다.
감정은 고인 물이 아니다. 흘러가야 한다. 억눌린 감정은 쌓이고, 썩고, 독이 된다. 표현된 감정은 흐르고, 순환하고, 회복된다. 감정은 강물처럼 흘러가야 산다.
모든 감정이 필요하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은 없다.
슬픔 = 상실을 애도하는 시간
화 = 경계를 지키는 에너지
두려움 = 위험을 감지하는 경보
기쁨 =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각각의 감정은 역할이 있다.
돌이켜보니 나는 감정생태를 계속 파괴해왔다.
"슬픔은 약한 거야"
"화내면 안 돼"
"두려워하지 마"
나쁜 감정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감정은 생태계. 하나를 지우면 전체가 무너진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참으면 돼"
감정을 억눌렀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쌓인다.
파괴 3: 과잉과 중독
일, 술, 쇼핑, 드라마...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다른 것으로 채웠다. 하지만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다. 감정은 느껴져야 흐르니까.
나는 결심했다. 내 감정생태를 회복하겠다. 마치 죽어가는 숲을 살리듯, 내 안의 감정생태를 되살리기로.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처음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물었다. 2주 후, 작은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나 지금 조금 불안하네."
"나 지금 외로워."
"나 지금 서운해."
느껴지는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였다.
"별로" → "지쳐"
"그냥" → "외로워"
"괜찮아" → "불안해"
이름을 붙이니 감정이 명확해졌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흐르게 했다. 슬프면 울었다. 화나면 베개를 때렸다. 기쁘면 소리 내어 웃었다. 감정이 흐르기 시작했다.
억눌렸던 감정이 흐르자 다른 감정들도 살아났다.
슬픔을 느끼니 → 기쁨도 커졌다
화를 표현하니 → 사랑도 깊어졌다
두려움을 인정하니 → 용기가 생겼다
감정생태가 회복되고 있었다. 감정생태가 살아나니, 나도 살아났다.
예전의 나는 나는 감정을 적으로 여겼다. 불편한 것. 지워야 할 것. 참아야 할 것.
하지만 이제 안다. 감정은 적이 아니라 나의 생태라는 것.
내 안에 살아 숨쉬는 하나의 생명 시스템이라는 것.
감정생태가 건강해야, 내가 건강하다.
미양
생태감성 아티스트 | 감정 · 예술 · 환경을 잇는 교육 전문가
"나로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환경 감수성"
� 이런 글이 더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mee.yann
브런치 구독하기: [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 클래스101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아이패드로 그리는 환경드로잉'
https://class101.net/ko/products/689da1436a835ce434f75c11
� 댓글로 나눠주세요
나의 감정을 내밀히 들여다본 적은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