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언니 Jun 16. 2021

에피소드 4. 처절한 도약

ft. 잘못된 선택의 후폭풍

직장생활 암흑기를 겪고 있던 나에게 오랜만에 10년 지기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꽤 큰 금액의 프로젝트였는데, 우리(우리 회사)와 같이 하고 싶다고 말이다.


당시 나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반쪽짜리 인생을 살고 있었기에

무언가 큰 거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래서 지인의 제의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꼭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회사에 한번 더 나를 각인시키리라...다짐했다!


10년 지기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규모가 작았기에 우리 회사 브랜드가 필요했다.

양사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라 생각하고, 주최사에 시도 때도 없이 불려 가고 갑질을 당해도 참아냈다.


결국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했고,

계약까지 순조롭게 일사 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예산을 수 억 단위로 받았으나, 수행해야 할 일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넉넉할 거라 생각했던 예산은 수행범위가 넓어지면서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우리 회사)와 10년 지기 지인 회사는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머리싸움을 했다.

하지만, 우리(우리 회사)는 약자였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미리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우리 회사)는 수 억 단위의 매출을 찍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익은 매출의 3% 이하로 남기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인건비와 기타 비용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는 완벽한 마이너스였다.


정말 힘겹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수행 기간이 12월 셋째 주 금~일, 12월 마지막 주 금~일요일이었다.

남들은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하루 3시간씩 자며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소감인 갑질도 겪고, 

비용은 계속 오버에...

식사도 제때 못 하고, 잠도 몇 시간 못 자니

결국 나는 신경성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내 인생 최악의 연말...

남편도 아이도 보고 싶은데...내가 도대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지금 말로 현타가 세게 왔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건..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일 했음에도 결과는 참담했다는 사실이다.


결과보고 자리에서 나는 

윗분에게 입사 후 처음으로 부정적인 코멘트들을 모조리 모아 들었다.


지금 직급에서 강등을 시켜야겠다는 둥...

왜 이런 식으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냐는 둥......

앞으로 이 회사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관여하지 말라는 둥...


사회생활 기간 내내 윗분에게 이런 모진 말을 들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고, 지금까지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도 많이 억울하고 한편으로 많이 서운하다.

(하지만, 내게 이 말을 하신 분은 지금 그만두시고 회사에 없다!)


지금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우리 회사)가 메인 수주사였지만, 운영의 키는 모두 지인의 회사가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예산관리를 할 수 없는 위치였다.


나는 이 일을 겪은 후, 10년 지기 지인과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안 부딪힐 수는 없더라.

하지만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가끔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심장이 두근대며 분노가 올라와 표정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나의 사회경력은 13년 남짓이었고, 

나름 어리고(?) 순수했고,

오랜 지인이 내 뒤통수를 치리라곤 상상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다행인 건....내가 그리 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내 직장생활 전반을 보면 나는 정말 운이 없지 않다. ^^

오히려 운이 많은 편이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무렵, 회사 승진 인사가 있었다.

그땐 수억짜리 프로젝트를 따냈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프로젝트 진행 전이라, 말도 안 되는 이익률이 나올 거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난 그 해 열심히 일 했고 성과도 좋았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회사에서 최연소로 과장이 되었다.

정말 기뻤다.

당시 회사에는 나와 동갑, 나보다 나이 많은 대리들이 꽤 있었는데...

내가 그들을 제치고 먼저 과장이 된 느낌!!

말해 뭐해~^^


그렇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속담 내용처럼,

어디서든 튀면 견제와 말도 안 되는 음해가 디폴트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한순간 승진의 달콤함에 취했지만, 

나는 곧 이것이 또 다른 시련으로 내게 다가올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에피소드 3. 반쪽짜리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