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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언니 Jun 16. 2021

에피소드 4. 처절한 도약

ft. 잘못된 선택의 후폭풍

직장생활 암흑기를 겪고 있던 나에게 오랜만에 10년 지기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꽤 큰 금액의 프로젝트였는데, 우리(우리 회사)와 같이 하고 싶다고 말이다.


당시 나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반쪽짜리 인생을 살고 있었기에

무언가 큰 거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래서 지인의 제의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꼭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회사에 한번 더 나를 각인시키리라...다짐했다!


10년 지기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규모가 작았기에 우리 회사 브랜드가 필요했다.

양사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라 생각하고, 주최사에 시도 때도 없이 불려 가고 갑질을 당해도 참아냈다.


결국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했고,

계약까지 순조롭게 일사 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예산을 수 억 단위로 받았으나, 수행해야 할 일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넉넉할 거라 생각했던 예산은 수행범위가 넓어지면서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우리 회사)와 10년 지기 지인 회사는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머리싸움을 했다.

하지만, 우리(우리 회사)는 약자였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미리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우리 회사)는 수 억 단위의 매출을 찍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익은 매출의 3% 이하로 남기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인건비와 기타 비용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는 완벽한 마이너스였다.


정말 힘겹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수행 기간이 12월 셋째 주 금~일, 12월 마지막 주 금~일요일이었다.

남들은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하루 3시간씩 자며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소감인 갑질도 겪고, 

비용은 계속 오버에...

식사도 제때 못 하고, 잠도 몇 시간 못 자니

결국 나는 신경성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내 인생 최악의 연말...

남편도 아이도 보고 싶은데...내가 도대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지금 말로 현타가 세게 왔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건..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일 했음에도 결과는 참담했다는 사실이다.


결과보고 자리에서 나는 

윗분에게 입사 후 처음으로 부정적인 코멘트들을 모조리 모아 들었다.


지금 직급에서 강등을 시켜야겠다는 둥...

왜 이런 식으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냐는 둥......

앞으로 이 회사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관여하지 말라는 둥...


사회생활 기간 내내 윗분에게 이런 모진 말을 들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고, 지금까지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도 많이 억울하고 한편으로 많이 서운하다.

(하지만, 내게 이 말을 하신 분은 지금 그만두시고 회사에 없다!)


지금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우리 회사)가 메인 수주사였지만, 운영의 키는 모두 지인의 회사가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예산관리를 할 수 없는 위치였다.


나는 이 일을 겪은 후, 10년 지기 지인과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안 부딪힐 수는 없더라.

하지만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가끔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심장이 두근대며 분노가 올라와 표정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나의 사회경력은 13년 남짓이었고, 

나름 어리고(?) 순수했고,

오랜 지인이 내 뒤통수를 치리라곤 상상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다행인 건....내가 그리 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내 직장생활 전반을 보면 나는 정말 운이 없지 않다. ^^

오히려 운이 많은 편이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무렵, 회사 승진 인사가 있었다.

그땐 수억짜리 프로젝트를 따냈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프로젝트 진행 전이라, 말도 안 되는 이익률이 나올 거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난 그 해 열심히 일 했고 성과도 좋았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회사에서 최연소로 과장이 되었다.

정말 기뻤다.

당시 회사에는 나와 동갑, 나보다 나이 많은 대리들이 꽤 있었는데...

내가 그들을 제치고 먼저 과장이 된 느낌!!

말해 뭐해~^^


그렇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속담 내용처럼,

어디서든 튀면 견제와 말도 안 되는 음해가 디폴트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한순간 승진의 달콤함에 취했지만, 

나는 곧 이것이 또 다른 시련으로 내게 다가올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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