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그렇게 최연소 과장이 된 나는 소위 요주의 인물이 되어 있었다.
다들 앞에서 티는 안 냈지만, 나를 주목하고 있었고,
뒤에서는 나에 대한 안 좋은 말들을 지어내고 부풀리고 있었다.
그냥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일 열심히 해서 빨리 승진하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혼자 서울 올라와, 고시원 생활부터 시작해, 반지하 원룸에 살며 열심히 회사 생활하는 그런 친구였다.
나도 혼자 서울 올라와 여기까지 온 경험이 있어서인 지, 내게 이 후배는 좀 각별한 존재였다.
애틋하고,
짠하고,
챙겨주고 싶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손에 주렁주렁 뭘 들고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건데..
이 후배에게 주려고, 시어머님이 주신 반찬도 싸 가고, 선물 받은 무거운 프라이팬도 들고 갔었다.
사실 모두 큰 건 아니지만, 마음이었다.
이 후배를 생각하는 내 마음 말이다.
그런데 당시 나는 내가 이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만 생각했지,
이 후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이 후배는 어렸지만, 꽤 잘 쌓은 경력으로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 온라인 교육 부분 파트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입사하면서 모든 의사결정권이 내게 주어졌고,
후배는 졸지에 지시를 하는 파트장에서 지시를 받는 파트원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OOO씨를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으셨다.
나는 평소 이 후배를 각별하게 여겨 왔기 때문에, 당연히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일 욕심도 있고, 잘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부장님 왈,
"OOO씨는 너한테 지시받는 게 불편한가 봐. 본인이 단독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자기에게 권한을 달라고 하더라. 아직 어리고 부족한데...나는 아닌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이러시는 거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멍해졌다.
누가 내 머리를 망치로 꽝! 친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동안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얼마나 너를 챙겼는데...
감히, 나를 제치고,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겠다고 부장에게 말할 수 있지?
괘씸했다!
분했다!
미웠다!
얼굴 보는 게 불편했고, 같이 점심도 먹을 수 없었다.
물어보는 말에는 대답을 해 줬지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한번 깨진 신뢰와 마음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이후,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술자리도 가졌었고,
서로에게 뭐가 서운했는지, 뭐가 오해였는 지,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처음 그 마음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었고,
그러던 차에, 이 후배는 결혼을 하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결혼도, 집들이도, 출산도...
이 후배의 이야기를 다른 직원을 통해 듣기는 했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회사생활에 있어, 뒤통수를 맞는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뒤통수를 친 사람이 내가 정을 준 사람이고, 아꼈던 사람이라면
이건 얘기가 달라진다.
사회생활을 통해서 배우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특히 같은 회사 동료와는 더더욱 그러하다.
속 얘기를 터 놓는 것도...
누구 험담을 하는 것도...
내 마음을 주는 것도...
그런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는 이런 일을 겪고도.........몇 년 뒤 또 똑같은 일을 당했다.ㅠ.ㅠ
이미 겪은 경험이 무색하게, 두 번째 뒤통수도 여전히 내겐 아픈 상처가 되어 맘 속에 남아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그 어떤 상처보다 크고, 회복하기 어렵다는 걸
난 두 번의 뒤통수 경험을 통해 깨닫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내 깊은 속 얘기를 하지도, 내 마음속 전부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삭막하고 차가운 집단인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조직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철저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맺어졌기 때문이다.
그게 선배든 후배든 상관없다.
나의 이익을 위해,
적이 하루아침에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다음 날 적이 되기도 하는 곳이
바로 회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