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중요한 게 맞다, 회사에서도.
그렇지만 외모만으론 안 된다. 어디에서도.
어제오늘 이틀간 우리 팀 인원 충원을 위해 서류 면접을 합격한 지원자 6명을 대상으로 경력직 면접을 진행 중이다.
직책자가 아닌 나는 실제 면접엔 들어가지 못했고, 인사팀이 바쁘신지 우리 팀에 해당 권한을 위임하여 회사 1층에서 면접장까지 지원자분들을 인솔하는 역할만 맡았다.
지원자분들이 보통 일찍 도착하실 텐데 남의 건물을 임대해 들어와 있는 우리 회사 특성상 복잡한 로비에 그들을 덩그러니 방치할 수 없었고, 내 나름대로 도착하셨다는 연락이 오면 최근 같은 건물에 오픈한 옥상 정원에 모시고 가서 스몰톡과 함께 긴장을 풀어드리다가 시간에 맞춰 면접장으로 에스코트하는 계획을 짰다.
짧은 10여분의 시간이었기에 사실 지원자분들과 대단한 얘기를 할 수도 없었고, 형평성에 어긋나면 안 되기에 나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똑같은 멘트와 똑같은 팁을 전달했다.
동일한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했고, 곧 면접이라는 동일한 상황에 처한 지원자들이었지만 내가 그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느낀 점은 굉장히 달랐다.
내가 외모지상주의자라거나 인솔자의 의무를 저버리고 지원자 외모를 평가하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여섯 분의 지원자 a, b, c, d, e, f 중 긍정적 인상을 받은 사람도 있고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외모나 풍기는 분위기가 좋아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사람은 세 명이었고, 굳이 그중 순서를 매기자면 d> f> e였다. 공통적으로 그들이 가진 특징은 샤프한 이미지에,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했다는 것이고, 너무 긴장하지도, 과한 질문을 하지도 않아 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는 점이다.
물론 a, b, c가 청바지를 입고 왔다거나 무례한 질문을 했다거나 하진 않았다. 사소한 차이라면 대부분은 도착 연락을 문자로 남기셨는데, a, b, c 중 한 분은 전화를 계속한다던지 하는 점에서 첫인상을 조금 부정적으로 남기셨던 것과 늦어서 뛰어오신 건지 땀범벅이 된 상태로 헉헉대는 모습이 내게 첫인상으로 박혔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이틀 간의 면접이 끝나고 나는 너무 궁금했다.
내가 10분 간의 첫인상으로만 평가한 세 분이 실제 면접도 잘 보셨을지. 나의 생각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면접을 진행하셨던 분들께 2차 면접은 어떤 분들이 보시게 될지 여쭤봤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순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면접을 진행하신 과장님, 팀장님, 상무님 모두 내가 우선순위로 꼽은 d, e, f를 2차 면접자로 올리셨다.
긍정적 인상을 주시는 분들이 실제 역량까지도 빼어났던 건지, 아니면 나처럼 첫인상이 좋은 분들이 '결국 프레젠테이션에서 중요한 건 발표자의 이미지 80, 알맹이 10, 기타 10이라는 rule'에 의해 알맹이 역시 다른 분들에 비해 좋게 갖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인지 그건 확인할 수 없으나 전자가 그 이유였든 후자가 그 이유였든 '좋은 인상을 포함하는 외모'가 회사 생활, 적게는 면접에서 매우 크리티컬 한 요인으로 적용되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일화였다.
하지만 이렇게 글이 끝나면 그냥 외모지상주의를 장려하는 글이 되겠지. 이 일화에서 반전이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면접 전 인성 검사를 지원자들에게 보게 한 뒤, 1차 면접 결과와 인성 검사 결과를 합쳐 2차 면접 대상자를 선정한다.
앞서 언급한 1차 면접 top3 지원자 d, e, f가 당연히 면접 결과대로 2차 면접을 보러 왔을까? 아쉽게도 d, e는 인성 검사 결과 특정 영역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아무리 1차 면접에서 최고점을 획득했어도 2차를 보러 올 수 없게 되었다.
인성 검사는 회사가 인재상에 맞게 만든 시험이니 당연히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해서 그분들이 좀 이상한 분들이라거나 문제가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리고 온라인으로 치르는 검사 특성상 통신 오류 등의 이유로 클릭을 잘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타지원자 대비 d, e 지원자들의 특정 영역의 미달 수준이 꽤 컸기에 아쉽게도 그분들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2차 면접에 단독 지원자를 올릴 순 없고, 3명은 올려야 한다는 인사팀 가이드에 따라 1차 평가 때 낮은 점수를 획득하셨지만 인성 검사 점수와 합쳤을 때 2, 3위를 기록하신 a, b에게 2차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분들 중 결국 누가 내 동료가 되실지는 다음 주에 결과가 난다.
이틀간의 면접 스토리가 시사하는 바는 이거다.
회사 생활할 때도 샤프한 외모, 깔끔한 이미지, 좋은 인상은 무조건 플러스는 맞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내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런데 플러스가 되는 외모만 갖고 있다고 해서 내가 회사에서 항상, 끝까지 웃을 수는 없다.
올바른 인성과 예의를 지키는 태도, 협동심, 동료애가 있어야 더 오랫동안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보통 사람들 대비 인성이나 역량이 좀 떨어지는 것 같고, 외모가 좀 아쉽다고 느껴지더라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인성, 역량, 외모는 꾸준히 가꾸려고 노력하면서 살다 보면 운 좋게 2차 면접 기회를 얻으신 a, b 지원자분들처럼 운73기라는 사자성어가 회사에서도 여실히 작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