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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Sep 27. 2021

도시의 매력은 결국 사람과 음식에서 온다

Jakarta

자카르타의 야경

어쩌다보니 동남아시아에, 그것도 인도네시아에 3년째 거주하고 있는 중이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지독한 교통체증 때문에 자카르타에 잘 나오지 못했었는데 Covid-19 때문에 교통량이 줄면서 이제는 나올만한 곳이 되었다. 비교적 싼 값의 호텔들도 좋은 수영장을 가지고 있고 방도 넓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하루 쉬면서 수영을 하고 쉬다가 돌아가곤 한다.  


자카르타는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도시이고, 동남아에서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의 수도이다. 처음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자카르타 도심의 야경은 놀라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휘황찬란했고 발전된 도시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가진 지독한 편견 때문에 훨씬 저개발된 모습을 상상했었기에 이 도시의 모습에 더욱 놀라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가끔씩 이런 저런 일로 자카르타의 골목을 다니다보면 고층빌딩으로 둘러쌓인 화려한 도시의 모습 뒤로 전혀 다른 모습의 빈민가를 발견하게 된다. 우기에는 구분조차 어려울 정도로 도로와 하수가 뒤섞인 모습이 처음엔 적잖이 당황스러웠었던 기억이 있다. 스스로 운전하는 것이 대견스러울 정도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위험천만하다. 쓰레기 통을 뒤지는 이들, 아이를 데리고 길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 남루한 옷을 입고 차량을 안내하며 팁을 받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이전에 살던 곳과는 분명 다른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참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과 음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낙천적이며 선한 사람들의 모습은 나 자신을 늘 돌아보게 만든다. 많은 한인들은 이들의 모습에서 게으름과 수동성을 발견하곤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이들의 모습은 선량하고 긍정적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게으름과는 다른 느낌이다. 같이 일을 하다보면 느리거나 게으르지 않다.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 속에서 일을 하다보니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겠으나, 그러한 문제를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국민성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들의 입장에서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몇 년전 인도네시아의 음식 중에서 장조림과 비슷한 른당과 볶음밥으로 번역할 수 있는 나시고렝이 배낭여행객들이 뽑은 최고의 음식순위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음식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동남아시아나 중국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음식때문에 고생을 한 적은 별로 없다. 특별히 꼬치요리인 사테와 나시고렝은 어느 곳에서 주문해서 먹어도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인의 입맛에 불편함이 없다. 어쩌면 이 두가지가 내가 이곳에 머무는 것을 지속하고 싶은 중요한 동기가 아닐가 싶다.      


당신이 만약 인도네시아에 방문하게 된다면 이곳의 사람들을 존중하며 따뜻하게 대해 보길 권한다. 반드시 사람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음식을 먹게 된다면 사테와 나시고렝을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어느 곳에서 시켜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자카르타를 방문하게 된다면 밤에는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감상해 보고 낮에는 바로 그 빌딩 숲 뒤의 허름한 동네에서 열심히 그들의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에도 더 큰 역동성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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