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종교 이야기: 2. 종교의 분류1
아브라함 계통(Abrahamic) 종교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이들 중에 "종교"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각 종교의 절대성을 상대화 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는 종교가 아닌 신앙이다, 힌두교는 religion이 아닌 삶의 방식(way of life)이다, 와 같은 주장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학문에서 쓰이는 서양의 언어 개념들은 라틴어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고, 동양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당연히 한자에서 파생된 것이 많다. 그러다 보니 religion은 기독교와의 관련성을, 종교는 불교와의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히 그러한 문제들 때문에 역사적으로 흘러 내려온 용어에 대한 긴 조율의 과정을 무시하고 나면 주관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배추김치, 파김치, 깍두기 등등 김치의 종류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건 정말 특별하기 때문에 김치로 분류할 수 없다고 하면 대화가 되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종교를 분류하는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주요 종교들에 대해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인도 종교(힌두교, 불교), 중국 종교(유교, 도교)로 구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같은 경우는 유대교나 이슬람을 잘 다루지 않고 무속신앙 등과 같은 전통적 종교들을 다루기도 한다. 중국 종교를 도 계통의 중교 혹은 동아시아 종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종교학은 자신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신에 대한 신앙과 구원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인간의 종교성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그 분류 또한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인간의 이해에 대한 영역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인도 종교, 중국 종교를 기준으로 해서 세계의 주요 종교들을 간단히 분류해 보겠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아브라함 계통의(Abrahamic) 종교로 분류되는 종교는 고대 근동에 살았던 아브라함에 그 뿌리를 둔 종교 전통이다. 유대교의 경우 자신들의 조상을 아브라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인 갈대아 사람들의 도시 우르에서 살던 중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가나안으로 떠났던 인물이다(구약 창세기 12:1-3). 유대교는 바로 그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이다. 그들의 경전은 타나크(모세오경+예언서+성문서라는 의미)로서 구약에 해당한다.
기독교는 삼위일체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데 유일신 신앙이지만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 구원자로 이 땅에 임했다고 믿는 자들로 삼위일체(trinity)에 대한 확고한 신앙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유일신 신앙이지만 얼핏 섬기는 하나님이 셋(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실존적 경험에 기반해서 삼위일체(trinty)를 고백했으며 그로 인해 유대교와 완전히 갈라서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록인 복음서와 이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역사와 편지, 예언으로 이루어진 신약이 경전에 포함되게 된다.
비교적 초기에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 문제로 시리아 기독교와 이집트 콥틱교회 등과 같은 동방교회(eastern church)가 갈라져 나가는데 당시엔 이단으로 정죄되기도 했다. 그중엔 네스토리우스 주의자들도 있었는데 경교라는 이름으로 중국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 이후 또다시 신학적 논쟁 및 헤게모니 문제로 동방의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한 동방 정통교회(eastern orthodox church)와 로마의 가톨릭 교회가 갈라지게 된다. 로마교회의 수장인 교황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가운데 정치적인 영향력까지 확보하게 되고 동방 정통교회는 러시아 등지로 뻗어 나가며 그 생명력을 이어가게 된다. 동방교회는 초기에 갈라져 나온 뒤 중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 국가의 교회로서 존재했으나 이슬람이 그 지역을 휩쓸었기 때문에 소수만이 남게 된다.
중세를 지난 이후 가톨릭의 타락과 개인주의의 등장으로 루터와 칼빈을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이 이루어져서 개신교회가 생겨나게 된다. 이들은 모두 기독교(Christianity)로 분류된다.
이슬람은 무함마드(마호메트)에 의해 창시되는데 그는 당시 시리아 기독교도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살던 메카에는 카바신전이라는 유명한 사원이 있었는데 그곳에 아브라함의 돌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순례하던 곳이었다. 구약성경을 기준으로 하면 아브라함의 서자인 이스마엘과 그 어머니인 이집트 여인 하갈이 버려졌던 곳이기도 하다. 무함마드가 한 동굴에서 명상하던 중 천사 지브릴(가브리엘)의 계시를 받으면서 복종하는 자라는 의미의 이슬람이 시작되는데 그들의 하나님은 유일신으로서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지만 이삭의 하나님이 아니라 그들의 혈통적 조상인 이스마엘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이다. 그들은 당시 아랍의 토착세력들과의 전쟁을 통해 정치적 통일까지 이루게 되는데 처음엔 기독교와 유대교도들에 대해서 우호적이었지만 그들 진영이 자신을 이단시하자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공통적이면서도 다른 종교 전통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모리아산으로 떠나던 일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슬람에서는 이삭이 아닌 이스마엘을 데리고 떠나는 걸로 되어 있고 그날 제물을 잡아 같이 나눠먹는 명절로 지낸다.
크게 나누면 셋이지만 각각의 종교 안에 또다시 수많은 종파들이 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죽어도 지켜야 하는 진리가 과연 어디까지인가라는 종교적 순수성에 대한 이견에서 갈라지는 경우 또한 많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난은 종교계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분류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