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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Jan 26. 2022

인도네시아 소울푸드

좋아하는 음식 몇 개를 골라보자면 삼겹살, 라면, 순댓국 등이다. 라면이나 삼겹살은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은데 이곳에선 순댓국 먹는 게 쉽지 않으니 코리안 소울푸드 중에선 늘 순댓국 생각이 간절하다.


이곳에 살면서 적응한 인도네시아 음식 가지 골라보자면 꼬치 요리인 사테, 볶음밥인 나시고렝, 볶음면인 미고렝, 국물요리인 박소, 구운 닭요리인 아얌 바까르 등이다. 사실 인도네시아 요리는 다른 동남아 요리와 달리 향이 심하지 않아 먹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체험이 아니라 삶의 영역이다 보니 입에 안 맞는 요리 손을 안 대게 된다. 언급한 요리들은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먹어도 불편함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다. 그런데 그중 나의 소울 푸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나시) 아얌 바까르를 꼽을 수 있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요리다. 굽네치킨 한 조각에 밥하고 소스 비벼먹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길에서 포장을 한다면 한화로 일이천 원 정도, 식당에서 먹을 땐 이삼천 원정도 하는 가격인데 위의 사진처럼 두부(Tahu)나 (Tempe, 발효한 콩요리)가 곁들여지기도 한다. 신기한 건 처음 먹을 때부터 맛있었는데 계속 먹어도 변함없이 맛있다는 것과 입맛 까다로운 딸내미가 먹는 몇 안 되는 인도네시아 요리 중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같이 비비는 소스는 삼발이라고 하는데 우리네 김치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들의 삼발에 대한 자부심 또한 상당한데 깔끔한 맛, 매운맛, 혹은 단만이 강조된  각 식당만의 레시피가 있는 경우도 있고 아주 글로벌한 조미료 맛으로 통일된 경우도 많다. 우리의 젓갈과 흡사한 삼발도 있다. 사실 아얌 바까르를 먹을 때도 닭보다는 삼발에 비빈 밥맛이 더 중요하다.


현지인들과 같이 먹어보면 이들은 늘 오른손으로 밥과 소스를 비벼서 먹는다. 노동자들은 보통 같이 바닥에 앉아서 먹는데 우리네 할머니들이 앉는 자세처럼 오른쪽 무릎 위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다. 그걸 따라서 손으로 먹다 보면 기름기 묻는 손을 계속 씻어야 하니 결국엔 수저를 쓰게 된다.


앞으로 몇 년을 이곳에 살지는 모르겠지만 먼 훗날 이곳을 떠올릴 땐 아얌 바까르 생각이 날 것 같다.  어느 곳에 가도 순댓국 생각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아얌 바까르는 나의 인도네시안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겠다.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아이들에게도 소울푸드가 하나 생겼다. 온데온데(Onde-Onde)라고 하는 간식인데 한국의 찹쌀도넛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과 맛이다. 안에는 앙고가 들어있고 겉엔 깨가 붙어있다. 시장에 갔다 오던 아내가 리마 까끼라 불리는 노점(세 개의 바퀴로 되어 있는 일종의 리어카와 사람 다리 둘을 더해서 다섯 개의 발이라는 뜻)에서 간식으로 사 왔다. 다섯 개에 한국돈 천원이 안 되는 가격인데 아내가 이제 막 튀기기 시작한 걸 보고 사 온 거라 맛있었다. 입맛 까다로운 딸내미가 혀를 살짝 대보고는 내려놓는 거 같아서 역시 또 실패라고 생각했었는데 단맛을 느끼고선 스멀스멀 다시 온데온데 앞으로 온다. 아내와 나는 순간적으로 집었던 걸 내려놓고 아이들 눈치를 살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현지 음식을 찾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입만 살짝 대보았을 뿐인데 두 아이가 순식간에 온데온데를 뚝딱 해치웠다. 입에 맞았나 보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한국의 길거리에서 찹쌀도넛을 먹으며 이곳의 온데온데를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그때도 우리 부부가 이곳에 남아있다면 아이들이 찹쌀도넛을 먹으 온데온데 생각이 났다며 부모에게 안부전화를 할지도 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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