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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Feb 18. 2022

솔로몬이 보로부두르 사원을 건축했다니...

줌으로 들어간 "History of Religions"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인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을 솔로몬 왕(이슬람식으론 슐레이만)이 건축했다는 전설에 관한 이야기였다. 박사과정생은 둘인데 교수 세분이 같이 들어왔다. 한분은 역사학, 한분은 고고학, 한분은 종교학 교수셨다. 그중 역사학 교수께서 객관적 리서치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그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인도네시아는 힌두-불교-이슬람이 주요 종교였던 국가이고 "발견의 시대(대항해시대)" 이후로는 가톨릭과 개신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래전 정착한 중국인들에 의해 유교 역시 일부 퍼져 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던 시기에도 술탄국들이 공존했으니 그 전설이 어떤 맥락 속에서 나왔는지는 유추가 된다. 오래된 불교유적에 대해 영향력 있는 이슬람의 전설을 입힌 것이다. 종교학 교수께서는 나를 따로 호출해서 성경의 솔로몬은 아니고 이슬람의 슐레이만이라고 첨언했다.


추측하는 보로부두르의 건립 연대는 9세기 초반, 이슬람의 성립은 8세기 초반, 솔로몬의 시대는 기원전 10세기라고 했을 때 전설은 말 그대로 전설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객관성의 결여에도 이를 믿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그 전설을 꺼낸 맥락이었다. 사실 그런 극적인 이야기는 진실의 여부를 떠나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을 키우기에 충분한 소재이니 기술적인 부분에선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진실에 대해서는 우리가 늘 정직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생각하다 보니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뭔가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MSG를 치다 보면, 진실 아닌 것들이 침소봉대하곤 하는 것이 종교계에 만연하니 말이다. 그저 모르는 것은 그냥 공란으로 두고, 잘못된 것은 그저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바로잡으며, 옳은 길을 그저 묵묵히 따라가다 보면, MSG 없이도 진실은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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