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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Feb 26. 2022

인도네시아 시골의 힙한 카페 "Cafe Trilogy"

버스도 안 다니는 인도네시아 시골에 살면서 감사하고도 신기한 건 곳곳에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있다는 거다. 아이들을 데리고 태권도장에 갈 때마다 보던 Triology란 카페 좋아 보였는데,  한 번 가려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가 보게 됐다. 넓은 주차장과 시원한 바, 여유로운 좌석과 멋진 정원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통풍이 인상적이었는데 에어컨 달지 않았는데자연바람과 선풍기만으로도 쾌적한 온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실내에 앉았지만 야외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앞뒷면 전체를 접이식 창으로 해놨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카페들의 특징 중 하나는 레스토랑처럼 완전한 식사메뉴가 많다는 것인데 그런 이유로 카페에 가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수업을 따라가느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차에 커피라도 편하게 마시며 머리라도 식히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도 넘겨주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눌 생각이었다. 그러나 커피를 편하게 마시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오늘의 문제는 딸아이와 식사메뉴였다. 식구 중 유독 딸아이 입맛이 까다로워서 로컬 음식을 안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늘 한식이나 웨스턴 스타일의 음식 찾게 되는데 오늘 간 카페의 식사메뉴는 대부분이 로컬 요리였다. 로컬 요리 맛 좋았는데 딸아이 때문에 시킨 라자냐가 별로였다. 딸아이기분이 갑자기 상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어린이 유튜브를 볼 부푼 기대를 안고 왔는데 식사 때문에 기분이 상해 버린 것이다. 거기다 더해 문제가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딸이 좋아하는 오레오 음료를 시킨다고 시켰는 커피음료가 나와 버렸다. 이제 가정의 평화는 산산이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나든지 아내든지, 아니면 딸아이든지 한 번은 폭발을 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트램펄린을 하러 가자고 꼬시니 딸아이가 넘어갔다. 그러나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러 갔더 카페에서 아쉽게도 밥만 먹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오긴 어렵겠다는 아내의 말과 함께 말이다. 


그래도 집 근처에 이런 힙한 카페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서울 외곽순환도로처럼 족자카르타의 경계를 링로드가 사각으로 감싸고 있는데 그 북서쪽 경계로부터 북쪽으로 6-7킬로를 올라가야 집이 나온다. 링로드를 벗어나면 대중교통도 용이 어렵다. 말 그대로 시골살이다. 그런데 그랩을 타고 버스도 안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몇 킬로 올라가다 보면 몇백 평이 족히 넘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하얏트호텔과 골프장을 지날 때 동네 집들도 좋아진다. 시골에 살지만 가끔 나오는 그 풍경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부대 안에서 민간인을 보거나 외부 음식을 먹는 것처럼 현실을 뛰어넘는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시실 어쩌면 인생이란 것도 결국 이런 식으로 주어지는 만족감으로 살아지는 게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때로 멋진 레스토랑에 가고 좋은 몰에서 쇼핑을 하고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마음먹고 휴가를 보내며 각자의 삶의 경계를 넘어가곤 다. 부자가 아닌데 부자처럼 살아보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동남아의 시골에 살지만 동네 주변의 힙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나의 감정도 비슷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 다시 백 원짜리 로컬 인스턴트커피를 마실지라도 나는 그리 시골에 사는  아니라는 자기 최면을 통해 주눅 들지 않고 다시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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