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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Aug 10. 2022

우연한 행복

At Ibaia Coffee, Yogyakarta

아이들 학원에 다녀오다 동네 카페에 잠깐 들렀다. 오다가다 늘 보던 카페고 다들 좋다고 가보라고 했었지만 물가에 위치한 관계로 모기가 많을 것 같아서 그동안 들르지 않았었다. 오늘은 마음을 먹고 아이들의 학원이 끝나는 대로 "이바이아"라는 이름의 그 카페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예상은 했지만 개울이나 카페, 그리고 야외 테이블들이 그리 깔끔하지 않았다. 지붕에 쥐도 한 마리 돌아다니고 개울 건너편에선 닭 여러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꼬끼오"를 목청껏 부르짖고 있었다.


아이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고 할까 봐 조심스럽게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는 서둘러 음식을 주문했다. 아이들에겐 스파게티와 피시 앤 칩스를 시켜주고 아내와 나는 로컬 요리를 시켰다. 서빙된 요리 중에 깡꿍 볶음이 있었는데 한 입을 먹는 순간 맛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페인데 음식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한 접시에 한화로 천 원짜리 요리였기 때문에 살짝 황송한 마음도 들었다. 삼천 원짜리 나시 아얌 바까르(구운 닭다리 하나에 밥과 삼발소스, 그리고 두부까지) 역시 맛이 일품이었다. 맛있게 먹다 보니 기분이 좋았는지 아이들이 집에 가려하지 않아서 음료까지 시켜놓고 어두워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 왔다.     

생각해보니 인생은 늘 기대하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행복을 위해 혹은 성공을 위해 노력할 때는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 않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행복이나 성공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하러 나가도 맛있게 먹을 것만 같았던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음식은 허겁지겁 맛있게 먹기도 한다. 오늘이 그랬다. 싼 메뉴는 천 원이고 오천 원을 넘는 메뉴도 거의 없다. 에스프레소도 천원이 안 된다. 물가가 싼 동네이긴 하지만 아라비카 커피를, 그것도 맛있는 커피를 이 정도 값에 마시는 건 쉽지가 않다. 기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만족도 훨씬 높아진다. 바로 반전의 묘미다.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때로 나의 본모습보다 훨씬 좋게 나를 봐주는 분들 때문에 감사하면서도 부담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난 별로인데 왜들 그러시지 하는 일종의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가끔은 나의 부족한 부분에 실망하는 분들 때문에 속상한 경우도 있다. 나 정도면 괜찮은 편인데, 하는 마음에 생기는 억울함일 것이다. 오늘 다녀온 카페에서의 경험처럼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예기치 않은 감동,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부정적 반전이 아니라 긍정적 반전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삼손은 하나님께 구별된 나실인이면서 국가지도자의 역할을 하는 사사였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늘 실망스러웠다. 그의 엄청난 힘(재능)을 선한 일에 사용하지 않고 그저 충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는데 바로 침략자인 블레셋(팔레스타인)이 섬기는 다곤 신의 신전을 무너뜨린 일이었다. 이제 힘도 잃고 시력도 잃은 상태의 노예신분으로 아무도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을 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누가 알겠는가?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한 저녁처럼, 삼손의 마지막 기적처럼,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인생의 기분 좋은 반전이 찾아올는지... 그저 기다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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