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Jogjakarta) 여행법

화산, 사원, 혹은 말리오보로

by Luke

내가 사는 곳은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그 중남부에 위치한 족자카르타이다. 공식명칭은 욕야카르타(Yogyakarta)지만 많은 이들이 족자카르타(Jogjakarta) 혹은 족자(Jogja)라는 명칭으로 이 도시를 부른다. 역사적 흐름에 의해, 문자표기방식의 변화로 인해, 또한 자바어와 인도네시아어(말레이어) 사이의 간극에 의해 그 명칭과 표기법이 변화되어 왔다. 더 많은 명칭들이 있지만 자바어 Ngayogyakarta(ꦔꦪꦺꦴꦒꦾꦏꦂꦠ), 인도네시아어 Yogyakarta 혹은 Jogjakarta, 그 줄임말인 Yogya 혹은 Jogja라는 표기를 알아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인도네시아에는 총 10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다. 그중에 문화유산은 여섯 곳으로 1)보로부두르사원(Borobudur Temple Compounds), 2)수박시스템(Cultural Landscape of Bali Province: the Subak System as a Manifestation of the Tri Hita Karana Philosophy), 3)사와룬토 광산(Ombilin Coal Mining Heritage of Sawahlunto), 4)쁘람바난 사원(Prambanan Temple Compounds), 5)상기란 유적(Sangiran Early Man Site), 6)족자카르타의 우주론적 축과 그 역사적 랜드마크들(The Cosmological Axis of Yogyakarta and its Historic Landmarks)이 있다. 자연유산은 네 곳으로 1)Komodo National Park, 2)Lorentz National Park, 3)Tropical Rainforest Heritage of Sumatra, 4)Ujung Kulon National Park이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6개 중 "쁘람바난 사원"과 "족자카르타의 우주론적 축과 그 역사적 랜드마크들"은 족자카르타 내에 위치한다. "보로부두르 사원"과 "상기란 유적"은 중부자와 주에 속하지만 각각 족자의 서북쪽과 동북쪽의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족자권역 관광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대표하는 자바문화가 바로 족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이는 므라삐 화산(Gn Merapi)의 화산재가 만들어낸 끄두평원의 압도적인 농업생산력 때문인데 이로 인해 이 지역에는 쁘람바난과 보로부두르로 대표되는 (힌두-불교) 마타람 왕국이 세워졌다. 이후 계속된 군도내의 영향력은 네덜란드 식민시대까지 이어지는데 인도네시아의 초대대통령 수카르노는 술탄이었던 하멩꾸부워노 9세(Hamengkubuwono IX)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독립전쟁에서 승리했고 당시 임시수도였던 족자카르타는 특별지역(Daerah Istimewa Yogyakarta)의 지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족자카르타의 술탄은 주지사의 직함을 가지지만 그 직이 세습되는 공화국 속의 술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세계적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발리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이 꿈꾸는 또 다른 관광지를 들자면 족자카르타 가장 먼저 꼽힌다. 인도네시아인, 특별히 자바족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여러 관광루트가 있겠지만 몇 가지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화산투어

므라삐 화산은 가장 강력한 활화산 중 하나로 2000년대 이후의 분화로도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낸 적이 있다. 구름이 없는 날에는 자바어로 "불(api)"을 의미하는 그 이름처럼 불과 연기를 내뿜는 므라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족자카르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잘란 깔리우랑(Jl. Kaliurang)을 이용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므라삐 화산이 나오는데 가는 길 중간에 여러 호텔과 펜션들, 레스토랑과 카페들, 그리고 박물관들이 있다. 깔리우랑 길 끝자락에는 지프투어 에이전트 사무실들이 여럿 있는데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하며 계곡의 놀이시설들과 동물원도 가족과 함께 하기 좋다.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트레킹 코스도 있고 근처의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나 좀 더 먼 곳의 언덕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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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라삐 화산

2. 사원투어

족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덥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족자 지역은 자바의 북부에 비해 선선한 지역이다. 단지 관광객들의 동선이 뙤약볕에 노출되는 사원관광 위주로 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로부두르와 쁘람바난 같은 사원들을 방문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양산과 선크림, 그리고 찬물을 꼭 챙겨야 하며 중간중간 카트나 코끼리 기차를 이용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엄쉬엄 다니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쁘람바난에선 종종 세계적 뮤지션의 콘서트가 열리거나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한다.


사실 삼비사리(Sambisari) 사원이나 라뚜 보코(Ratu Boko) 같은 보다 규모가 작은 사원들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거닐기 좋은데 관광지로 개발이 덜 되어 있기 때문에 교통에 있어 불편한 점이 있다. 셔틀이 포함된 쁘람바난과 라뚜 보코의 연계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좋은 선택지일 수 있는데 이는 높은 언덕에 위치한 라뚜 보코에서 바라보는 족자카르타의 풍경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족자카르타의 서남부에 위치한 간주란(Ganjuran)이라는 이름의 가톨릭 교회는 Gereja(교회)가 아닌 Candi(사원)로 불려지는데 마치 힌두 사원처럼 표현된 자바양식의 기도실과 역시 자바스타일의 비아돌로로사(Via Dolorosa) 부조로 유명하다. 만약 가톨릭 신자라면 꼭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불교신자라면 보로부두르를 방문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10여 세기의 역사를 지닌 대승불교 사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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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의 사원들

3. 말리오보로

사실 여행객들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장소는 말리오보로(Malioboro)이다. 여행자 거리인데 로컬 갤러리들과 기념품숍, 카페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메인 도로에는 마차와 베짝(Becak)이 다니는데 한화 5,000원 정도면 두 명이서 베짝을 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사실 이는 단순한 여행자 거리가 아닌데 그 이유는 남쪽 바다부터 므라삐까지 남북으로 이어지는 축이 바로 세계문화유산인 족자카르타의 우주론적 축과 그 역사적 랜드마크들(The Cosmological Axis of Yogyakarta and its Historic Landmarks)이며 말리오보로가 바로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 축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도시 중심의 뚜구(Tugu Jogja)로부터 시작되어 남쪽의 족자카르타 뚜구역(Stasiun Yogya), 브링하루조 시장(Pasar Beringharjo), 요새 박물관(Fort Vredeburg Museum), 도시의 기준점인 띠띡 놀(Titik Nol), 끄라똔(Kraton), 따만사리(Taman Sari)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그 중간중간 여러 박물관들과 과학관, 유명 기념품숍인 함자바틱(Hamzah Batik) 등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길게 두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 그래도 족자에 다녀갔다면 봐야 할 랜드마크들은 왕궁인 끄라똔과 그 별장인 따만 사리, 그리고 도시의 상징인 뚜구, 그리고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자 주인 할머니가 넷플릭스 시리즈에 등장해서 더 유명해진 뚜구 근처 자잔 빠사르(Jajan Pasar, 전통간식) 노점, 기념품 가게인 함자바틱, 자바전통식당인 라민뗀(Raminten)등이 있다. 끄라똔에선 종종 로컬 학교 동아리들이 전통음악 가믈란을 연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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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라똔과 따만사리


그 외에도 여러 역사적 장소들이 많이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건국전 임시수도가 족자카르타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무슬림 기구인 무함마디야가 이곳에서 시작됐고 그 본부건물이 가자마다 대학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대학이자 사립대학인 인도네시아 이슬람 대학(UII)과 인도네시아 최초의 국립대학인 가자마다 대학교(UGM)가 족자에 있고, 국립예술대학과 공군사관학교 역시 족자에 위치하고 있다. 링로드 안의 깔리우랑 길은 (그만큼 세련되진 않지만) 대학로와 비슷한 느낌인데 여러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과 카페들에는 가자마다 대학과 족자카르타 주립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해서 생동감이 넘친다. 템포(Tempo)라는 유명한 젤라토 가게도 들를만하다. 남쪽 해변인 빠랑뜨리띠스(Parangtritis)와 더 멀지만 더 좋은 경관을 가진 구능기둘(Gunung Gidul)의 해변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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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전망대와 빠랑뜨리띠스 해변

족자를 여행할 반나절이 주어진다면 말리오보로, 하루가 주어진다면 쁘람바난과 말리오보로, 이틀이 주어진다면 쁘람바난과 말리오보로, 그리고 므라삐 화산투어, 그 이상이 주어진다면 남쪽 바닷가와 보로부두르까지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은 직접 찍은 것들과 Pixabay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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