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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5. 2021

오랜만의 외식(인도네시아순다요리)

일상 복귀 훈련

오랜만에 순다 요리를 먹고 왔다. 일주일 넘게 확진자가 1000명대이고 아내도 나도 백신 2차까지 접종 완료다. 이제 Covid-19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가던 순다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 순다 음식점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맛도 경치도 서비스도 나무랄 데가 없다. 여기 온 처음부터 순다 음식은 입에 그렇게 잘 맞았었다. 작은 호수를 바라보면서 좋은 서빙을 받고, 입에 맞는 음식을 실컷 먹어도 한국의 평범한 중국집 가격이다. 원두막 같은 건물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데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도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아내와 함께 코코넛과 음료까지 마시고 식사를 마무리하면 기분 좋은 만족감이 든다. 사실 어디까지가 오리지널 순다 요리고 어디까지가 이곳의 퓨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샐러드 종류인 가도가도, 꼬치 요리인 사테, 두부요리인 따후이시 등의 맛은 이 식당이 정말 일품이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상당수는 자바섬에 모여 산다. 화산은 많지만 정글이 거의 없어 농사도 잘 되고 상대적으로 거주환경이 좋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Top2 민족인 자바와 순다가 각각 중동부와 서부에 자리 잡고 있다. 자바(자와)어 사용인구가 1억이 넘고 순다어 사용인구가 4000만이 넘는다. 인도네시아 국토면적이 상당히 넓은 편이지만 그중 크지 않은 섬인 자바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주 환경과 이 두민족의 인구 때문이다. 그들이 공용어로서의 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를 써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난 서부 자바에 살고 있다. 순다족의 땅이다. 원래 순다의 중심은 반둥이라고 말하고 자바의 중심은 족자카르타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Jabodetabek(자보데따벡, 자카르타 보고르 데뽁 땅그랑 브카시) 권역에는 확실히 순다족이 많다. 일하다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순다족인데 성격들이 참 좋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어떤 민족도 마찬가지다. 까칠하지 않다. 혹시라도 인도네시아인 중에서도 까칠한 민족성을 가진 ethnic group에 속한 사람들일지라도 한국인보다는 훨씬 부드러우니 걱정하지 말고 대하면 된다. 단지 그들이 받아야 할 당연한 존중감으로 대하면 된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자유가 주는 힐링을 경험했다. 감금 아닌 감금생활 속에 지쳐있다가 비로소 자유를 조금씩 찾아가다 보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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