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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5. 2021

인도네시아에서 백신 맞기

무려 아스트라제네카

인도네시아에서 백신을 맞았다. 2차까지 접종 완료다. 한국이었으면 못 맞을 시기였는데 무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인도네시아에서 맞았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국민 백신 접종하기도 바쁜데 외국인 챙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틈이 생겼다. 확진자 수 폭증으로 빨리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싶었는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여러 루트를 통해서 백신 접종을 했다. 그중 특정 접종센터에서는 거주증만 가지고 있으면 외국인도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백신 접종을 해줬다.


자카르타의 딴중 프리옥이라는 항구에 있는 보건소에서 접종을 했다. 선착순이라 새벽에 가서 번호를 받은 다음 오후에 다시 가서 접종을 마쳤다. 두 번째도 쉬운 일은 아니다. 1차 접종한 내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기다린다. 새벽부터 한참 동안. 어쩔 땐 시스템이 한국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쩔 땐 역시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막상 두 번째 접종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참 고마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는 한참 아래라고 생각했는데, 시스템이 나쁘지 않다. 오만 명에 달하던 확진자수가 이천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는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게 가능하다. 체류하는 것이 만만한 나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백신을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얻었으니 말이다.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전투기나 잠수함과 같은 군사협력 사업 때문에 양국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이곳은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다. 인도네시아의 국방장관은 현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루었던 사람이다.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국방장관 자리를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였지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언제나 중요한 사람이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그 이면의 것들이 많이 작용한다는 말이다. 한국의 학연, 지연, 지역주의, 정파주의 등이 장난이 아니긴 하지만 이곳은 때로 전쟁이다.


그러니 큰 맥락에서 바라보고 인도네시아라는 국가를 좀 더 좋게 봐주면 좋겠다. 이곳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정말로 좋아한다. 상점이나 식당, 호텔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곳의 젊은이들은 K-pop과 K-드라마 등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한국 노래를 들으며 한국 드라마를 본다. 한국인들을 더 친절하게 대하곤 한다. 우리를 좋아하는 이들을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을 우리가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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