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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Nov 30. 2021

올 때가 있으면 떠날 때가 있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사 와서 처음 살게 된 동네는 베벌리라는 이름의 동네였다. 재미있다. 베벌리, 매도우 그린, 나폴리 등등 다른 나라 동네 이름들을 갖다 붙였다. 어쨌든 이 동네에 와서 3년 가까이 살았다.


아이들과 산책을 할 때마다 남매는 우리 집에 이 동네에서 제일 작고 안 좋다고 투정을 부리곤 했다. 주차장이 서너 개씩 있는 잘 지은 2층 집을 지나가면서 우리는 언제 저런 집에 살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그저 지금 집보단 좋은 집으로 이사 갈 거라고 이야기하며 위기를 넘기곤 했었다.


그렇게 3년이 흘러서 이제 이사해야 할 때가 됐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부터, 하려고 보면 걱정이 산더미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500 킬로미터라는 물리적 거리보다 오히려 걱정이기도 하다.


그래도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게 아니겠는가?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면 울 때도 있는 것처럼 왔으면 또한 떠날 때도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이제 그렇게 그저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떠나는 것에 대한 홀가분함과 그리움...선택이라는 것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선택을 하는 사람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의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떠나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고 떠나는 것에 대해 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성향도 아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들이 부쩍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마음이 무겁다. 이곳에 살 땐 한국에서 다니던 유치원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었는데 이제 이곳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사를 가면 한국인을 거의 만나지 못할 텐데 그럴 때마다 또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저 올 때가 있으니 떠날 때도 있는 거라고...천하 만사가 다 그렇게 때가 있는 거라는 전도서의 구절오늘의 삶에 적용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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