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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Nov 10. 2021

족자(Jogja) 게스트하우스의 아침

족자카르타라는 도시는 흔히 족자(Jogja) 불린다. 공화국 속 왕국으로 자치권을 가진 술탄이 다스린다. 외교 국방 등의 권한을 제외하면 술탄이 실질적 왕으로서 군림한다. 대통령이 통치하는 공화국임에도 왕이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 때문에 술탄은 정부 직제상 주지사로 되어 있지만 관료 임명권까지 가지고 있으며 왕권 또한 세습된다. 아들이 없기 때문에 딸을 후계자로 지명했는데 남녀차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이슬람의 종교 특성상 술탄의 형제 등이  반발해서 어려움에 부딪혔. 술탄은 기지를 발휘하여 인도네시아는 법상 남녀가 평등한 국가임을 천명하며 첫째 공주의 후계지명을 성공시켰다. 


집을 얻으러 이곳에 왔는데 집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자카르타 근교에는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곳도 많고 주택단지도 잘 되어 있어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곳은 거주여건이 좋지 않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좀 미안한 느낌이 드는 이곳만의 허름함이 있다. 아는 사람도 전혀 없어서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어 아내가 인터넷으로 찾아서 연결한 부동산 아주머님과 이틀간 몇 집을 둘러보는 중이다. 다행인 건 부동산 아주머니가 성품 좋고 도우려는 마음이 있어 편하게 같이 집을 잘 둘러볼 수 있다는 거다.


며칠을 머물러야 하고 아이들도 데리고 와서 비용 문제로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조그만 방이지만 복층이고 퀸사이즈 베드와 싱글 사이즈 매트리스를 사용할 수 있어 자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나름 발코니도 있고 문을 열면 수영장이라 아이들이 만족해한다. 하루 비용이 한국돈으로 이만 원 정도로 고마운 가격이라 전체 여행경비도 많이 낮춰줬다. 아내는 집을 얻을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몸이 안 좋아졌는데 아이들은 엄마 몸이 좋지 않은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신경이 수영장에만 가 있다. 우기라 날씨가 좀 추워서 걱정이지만 아침 먹고 한번 저녁 전에 한번 수영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기분 좋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상쾌한 날씨에 늘 한가하고 친절한 직원들 얼굴을 보면 자연스레 내 기분도 좋아진다. 수영장 베드에 떨어진 꽃잎 몇 개가 발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든다. 몇 번을 물어도 자꾸 이름을 까먹게 되는  꽃은 발리에서 많이 봤었기 때문에 볼 때마다 발리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 발코니에 앉아있다가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해서 수영장 베드에 잠깐을 앉아 있었더니 오전이 다 가버렸다. 아내는 집을 얻는 문제로 머리가 많이 아픈데 아이들과 나는 그저 휴가를 즐길 뿐이다. 가족 중 인도네시아어가 가장 편한 죄로 아내는 이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언어가 섞이면 능률이 안 오를 거라는 과학적이지 않은 이유로 처음부터 내가 영어를 하고 아내가 인도네시아어를 하게 됐다. 아내는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계획을 세웠고 나는 영어로 학위과정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생긴 분업이었다. 그러나 사는 곳보다 외국인이 확실히 적은 지 이전에 잘 통하던 아내의 인도네시아어가 이곳에선 덜 통한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이 더 안 좋아진 거 같다. 한국인의 인도네시아어를 잘 알아들어 주고 차근차근 쉽게 이야기해주던 분들이 새삼 고마울 다름이다.

   

앞으로 적어도 4년은 이곳에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괜찮단다. 살만한 곳 같다고 문제없다고 한다.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 아이들은 그저 밥 먹으러 들어갔던 몰이 크고 숙소에 전세 낸 것처럼 둘이서만 쓰던 수영장이 있었던 것만 중요한지 부모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스트레스와 걱정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맞은 아침에 본 꽃이 날려줬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 사소한 것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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