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아이들만 데리고 젤라토 가게에 다녀왔다. 엄마 껌딱지인 아들은 엄마랑 있겠다더니 젤라토 먹으러 가자고 하니 뒤도 안 보고 따라 나온다.
족자에 오기 전 학교 근처에 tempo gelato라는 유명한 젤라토 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었었다. 입학하면 자주 가겠구나 하고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궁금해서 한번 가보게 되었다.
앞으로 살 집을 얻으러 온 거라서 주변 관광지는 아무 데도 못 가봤는데 유명한 젤라토 가게라도 들렀으니 그것으로 위안이 된다. 이곳에 한국인이 별로 없는 건지 다들 쳐다본다. 살던 곳에선 다니다가 아는 한국분들 만나는 일도 흔한데 이곳엔 외국인이 잘 안 보인다. Cash only라고 쓰여있는 카운터에서 9만 루피아(8000원 정도)를 현금 결제한 후 중간 사이즈 컵 두 개를 받았다. 세 개를 고르라는데 산만한 자녀분들 덕분에 바쁜 가게에 민폐를 끼쳤다.
딸아이는 세 가지 맛이 다 마음에 들고 아들 녀석은 딸기맛만 마음에 든단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나는 스푼만 챙겨서 자리에 않았다.오늘은 관광객 모드로 젤라토 가게에 왔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가게가 예뻐서 그런지 다들 들어오면서부터사진을 찍느라 열심이다. 핫플레이스가 맞긴 한가보다.
가게에 들어오기 전 길 주변에 노점상이 많이 있는 걸 봤다. Kaki Lima(까끼 리마)라고 부르는 노점은 주로 한국 리어카보다 작은 사이즈의 이동식 점포다. 까끼는 발 리마는 5라는 뜻이다. 발이 세 개인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이곳 사람들은 식사를 노점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살던 곳에는 눈에 잘 안 띄는데 이곳엔 길가에 줄줄이 보인다. 한국돈 600-700원 하는 밥도 봤다. 그러고 보니 젤라토가 비싼 편이긴 하다.까끼리마에서 파는 박소와 나시고렝 등을 볼 때마다 늘 먹어보고 싶은데 잘못 먹고 티푸스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 안 먹게 된다. 10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도 있는데 두세 배를 더 주고 똑같은 걸 식당에서 먹는 게 아깝긴 하지만 티푸스로 한국에 돌아가는 분들도 있으니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가게에서 파는 똑같은 젤라토를 길에서 판다고 해도 사 먹지는 못할 거다.
젤라토를 맛있게 먹고 아이들 기분이 좋아져서 숙소로 돌아갔더니 아내도 좋아져 있다. 가족 모두에게 쉼과 행복을 줬으니, Thanks to 젤라토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