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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Nov 14. 2021

처음 가본 도시에서 셋집을 계약했다.

Yogyakarta, Indonesia

내년 2월부터 인도네시아 국립 가자마다대학교(UGM)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에 집을 얻기 위해 학교가 위치한 족자카르타에 방문했다. Covid-19로 인해 면접을 포함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족자는 첫 방문이다. 가는 길에 대학원 사무실에 연락했더니 아직 학교가 폐쇄되어 있으니 일단 집만 얻고 학교는 다음에 방문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아이 둘을 데리고 차로 7시간을 달려왔는데 캠퍼스는 밟아보지도 못하고 사흘간 집만 보러 다녔다.


자바(Jawa) 섬은 크게 서부 자바, 중부 자바, 동부 자바 주로 나뉘는데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는 각각 서부 자바와 중부 자바 속에 자리한 특별주로 되어 있고 자카르타 서부에 반뜬이라는 작은 주가 하나 더 있다. 족자카르타는 위치상으로는 중부 자바에 속해 있지만 행정구역상 자치주로 되어 있는 특징 때문에 헷갈리는 게 몇 개 있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불교사원인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은 다들 족자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족자의 경계선을 살짝 벗어난 중부 자바(Jawa Tengah)에 위치해 있다.


어쨌든 집을 얻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아내는 열심히 부동산 회사들과 이삿짐센터에 연락을 하고 미팅을 잡았다. 처음엔 학교 근처에 있는 집을 얻으려고 했는데 만만치가 않다. 환경이 열악해서 아무래도 우기에는 집이 잠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뱀과 쥐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어 보였다. 집 하나를 보고 주위를 둘러보다가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도시 외곽에 있는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인도양이다. 내려가는 길에는 몇 년 전 큰 지진이 났던 반뚤이라는 곳이 있고 아마도 바닷가 쪽은 쓰나미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북쪽으로 가면 가장 활발할 활화산 중 하나인 므라삐 화산이 있다. 화산 밑으론 안 가려고 했는데 찾다 보니 학교와 므라삐 화산의 딱 중간 지점에 위치한 집을 고르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인도네시아 풍의 집을 선호했으나 아이들은 죽어도 모던한 느낌의 이 집에 살고 싶다고 했다. 화산 입구까지 직선거리로 15KM인지라 혹 화산이 터지면 대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곳에 사는 동안 화산이 폭발할 확률이 얼만큼인지 모르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 시원하며 공기가 좋고, 지하수를 쓸 수 있으며 동네가 깨끗하다는 몇 가지 장점에 기반해서 집을 계약하기로 했다.      


자카르타 권역보다 대단히 쌀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않다. 직접 월세를 내본 적이 없어서 실감이 안 났었는데 학생의 신분이 되니 일 년 단위로 집세를 내는 것에 부담이 느껴졌다. 그래도 아내가 깨끗하고 싼 집을 찾아서 한 달 월세 한화 31만 원 정도로 방이 세 개에 화장실이 세 개, 그리고 뒷마당이 넓은 2층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 물가로 많이 싸지 않아 아쉬운 거지 한국 물가로 생각하면 많이 싼 집이긴 하다. 당분간 차를 쓸 수는 없을 예정이라 아내와 아이들이 단지 내에 갇혀 있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유리창이 커서 답답하지도 않고 대단히 만족스럽다. 12월 초에 이삿짐을 먼저 보내고 중순에 이사하기로 하고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다시 살던 집으로 올라왔다.


결혼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서울-일산-캘거리-부천-서울-브카시까지 여러 도시를 돌아 이제 다시 족자카르타라는 도시로 넘어간다. 아이들은 태어난 지 몇 년 만에 네다섯 개의 도시를 경험하는 것이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 경험들이 인생 지평을 넓히길 바라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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