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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호랑이 Jul 25. 2017

정곡을 찌르는 말



소규모로 진행되는 강연장에서 신입은 입 벌리고 최규철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노동하는 시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수입은 늘어난다는 주제의 강연. 신입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이야기이지만 정말 그게 가능한 일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최규철 대표는 '일'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일이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고 소득은 높이는 방법을 놀면서 찾는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을 읽고 강연을 들었지만 여지껏 생각해본 적 없는 혁신적인 말이었다. 일을 놀면서 찾는다고?


"여러분, 우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면 잘못된 삶을 살고있는 겁니다. 출근길에 아름다운 꽃밭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까이 다가가 꽃 모양도 관찰하고 향기도 맡아보고 싶은데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각하면 안되니까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꽃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줄 알아야 합니다."


강연 들으러 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게 되나라는 믿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신입도 그런 삶이 이상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여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매일 아내와 좋은 식당에 가서 한 두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합니다. 아이와도 신나게 놀아주고 여행도 원 없이 다닙니다. 제가 특별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비효율적인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면 누구나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버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최규철 대표가 묘사하는 삶은 신입이 그동한 꿈꿔왔던 삶 그 자체였다. 강연이 끝나고 가까운 커피숍에 가서 이어서 이야기를 나눴다. 신입은 용기 내어 최규철 대표에게 지난 몇 달 동안 끙끙 앓아왔던 퇴직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번에야말로 당장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에 도전하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것 같았다. 


"대표님, 창업에 관한 여러 강연을 들으면서 퇴사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도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조언 좀 해주세요."


하지만 최 대표는 뜻밖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직장을 고용하십시오. 내가 하는 일, 내가 일하는 시간을 본인이 정하는 겁니다. 저는 회사 다닐 때 일하는 시간을 제가 정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출근했고, 중간에 나와서 혼자 영화 한 편 보고 들어간 적도 있습니다. 대신 항상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철저히 이용하세요. 혼자서는 가지기 힘든 규모의 자본과 정보를 마음껏 활용하는 겁니다."


회사를 이용한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회사에서 정해놓은 시간에 출퇴근하고, 주어진 업무를 차질 없이 해내는 것이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전부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회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직장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무조건 힘들다고, 안 될거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가 지금 처한 환경을 바꾸고 싶은데요..."

신입은 어떻게든 그만두고 나오라는 말이 듣고 싶어 또 다시 질문했다. 스스로 그만둘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힘껏 떠밀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최 대표는 다시 한 번 단호히 말했다.


"그건 회사문제가 아니라 본인에게 문제 있는 겁니다. 상사를 설득하는 것도 사업입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제안하는 것이 결국엔 실행되도록 만드는 것도 본인 능력이죠. 꼭 나오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보지 못한 사람은 나와서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최규철 대표의 촌철살인은 신입의 아픈 부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그동안 애써 숨기려고 했던 자신의 나약함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신입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회사가 아니라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최규철 대표는 마지막으로 회사생활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이 직접 스토리를 구상해 놓으세요. 저도 처음에는 스펙에 밀려 S사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고 사장이 직접 나를 스카웃하러 찾아오는 스토리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1년 반 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전에 없던 마케팅에 대한 책도 써보고, 가치를 나누는 강의도 하면서 회사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활동을 하세요. 회사 대표님에게 감사패를 받는 스토리를 미리 구상해 두는 겁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십시오. 반드시 됩니다."









1장. 적응기

자기소개

첫 출근

센스가 필요해

달콤한 행복

월요일

언니의 조언

닮고 싶은 그녀

정리의 힘

'아' 다르고 '어' 다르다


2장. 권태기

심상치 않은 기류

낙동강 오리알

일 안한다고 소문 났어?

대표의 일침

도피

필요한 말

정곡을 찌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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