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은 최규철 대표의 강연을 들은 후 회사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참석했으나, 역으로 '직장을 고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입은 더 이상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답답하거나 괴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회사라는 공간이 자신을 가둬두는 답답한 감옥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무한한 자원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데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보물창고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입의 마음은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회사생활 자체는 변한 게 없었다. 중요하지 않은데 손만 많이 가는 잔업무만 잔뜩 떠안고 있는것 같았고, 새롭게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번번히 안 되는 이유 때문에 퇴짜를 받았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다시 판단력이 흐려지려 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뭐지?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지?'
그렇게 어제와 비슷하면서 완전히 다른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모두 퇴근한 뒤 신입 혼자 사무실에 남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매일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고 있을까? 오늘 안에 끝내지 않으면 회사에 큰 지장이 가는 그런 일을 하는것도 아닌데 말이야. 지금 작성하고 있는 이 보고서도 낮에 집중해서 처리했으면 퇴근 전에 충분히 끝낼 수 있었을텐데. 매일 늦게 퇴근하니 다음날 출근할 때면 이미 몸은 녹초가 되어 있고 ... 그래, 지금부터 당장 불필요한 야근을 완전히 끊어내야겠어.'
발령 초기 매일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신입에게 권 과장이 해준 충고가 생각났다.
"신입 ! 야근 그만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 회사일은 딱 8시간만 하고 그 외에는 무조건 자유 시간을 보내야 돼.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하루빨리 업무를 익히고 싶어서 늦게까지 남는 열정은 이해하지만 나중에는 야근도 습관이 된다고. 계속 그런식으로 가다가는 제 풀에 지쳐서 오래 못 버텨. 일찍 집에 가고, 저녁 시간에는 일 생각을 일체 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보내야돼. 그게 롱런하는 방법이야. 그러니까 얼른 퇴근해!"
권 과장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항상 마지막까지 남아 어둑해진 이후에야 퇴근하는 신입에게 야근은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다. 퇴근시간 전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일도 야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처리하는 나쁜 습관이 생긴 것이다. 단시간에 뛰어난 실적을 내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업무량과 근무시간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건지도 모른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신입의 머릿속에 어느 칼럼에서 읽은 글귀가 빙글빙글 맴돌았다.
'가장 골치 아픈 직원은 일은 못하면서 부지런하고 성실하기만 한 직원이다.'
1장. 적응기
자기소개
첫 출근
센스가 필요해
달콤한 행복
월요일
언니의 조언
닮고 싶은 그녀
정리의 힘
'아' 다르고 '어' 다르다
2장. 권태기
심상치 않은 기류
낙동강 오리알
일 안한다고 소문 났어?
대표의 일침
도피
필요한 말
정곡을 찌르는 말
야근도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