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주인공은 나야 나

평범한 동양인도 주목받는 신기한 나라

by 오조

"오늘은 뭘 해먹지" 몰도바에는 한국 마트가 없다. (믿고싶지 않았다.) 시내에 있는 일본 마트가 메마른 땅에 단비이다. 불닭, 고추장, 아임미미 화장품 등 일본으로 수출됀 한국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EU 비연합국인 몰도바에 들어오는 제품들은 2배 정도 값이 뛴다.

'한국에서 4천원이면 살 걸 8천원을 주고 사야하네'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별 수 없다.


한국만큼 푹푹 찌는 여름은 아니여도 올해는 작년보다 습하다고들 한다. 쉐어 하우스에서 15-20분 정도 걸어가면 마트가 나오는데 나는 차도 없다.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선다.


"부나 지와(안녕하세요). 목살 400그람만 주세요." 유창하지 못해도 괜찮다. 만국 공통어인 바디 랭귀지면 충분하다.

몇 덩이 들어올려 저울에 올려놓으신다. 500이 넘는 숫자를 보시곤 한 덩이 골라 내려놓으신다. 이내 정확히 400.00이라고 찍히는 숫자에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물추메슼(고맙습니다). 라 례베데레(다음에 봐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길이나 마트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주로 아저씨들) 사람도 만날 수 있다. 너무 반갑게 인사해오는 탓에 '이 사람 누구더라? 아는 사람이었나?' 착각이 들 정도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물음에 꼬레아 데 수드(남한)라고 답하면 반가워하며 셀카를 찍자 하신다. 아마 평생에 처음 남한 사람을 만나신거겠거니 하며 기쁘게 찍어드린다.


몰도바에서는 평범한 동양인도 유명인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처음엔 부담스럽다가도 사람 좋은 미소에 금방 마음을 놓게 된다. 몰도바에서 '다르게 생겼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극명한 인종차별을 겪을 수도 마음을 열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몰도바라는 나라를 1년 동안 겪어보니, 나쁜 의도로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눈빛, 말투를 통해 금방 구분해낼 수 있다.


누군가 쓰레기를 건냈을 때 받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지난 1년간 나는 쓰레기를 거절하는 법을 견디며 배워왔고, 꽤 성장한 나의 모습에 문득 놀라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한다. 처음 6개월은 숨도 잘 안쉬어지고 혼자 밖도 못 나갔지만 지금은 어떠한 염려도 없이 잘 다닌다. 원래 같았으면 도망가고 싶어했을테지만. 미워하기도 사랑하기도 이 곳에서 정해진 2년동안만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견뎌봤다. 그러다보니 냄새나는 쓰레기보다 향기로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지난 1년간 몰도바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