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바뀌어야지
"얘들아!!!!!!!! 현관문 반드시 잠그고 다니라고 했잖아!!! 다음엔 누가 범인인지 꼭 잡아낼거야!!!!!!"
유럽은 아직 열쇠 문화다. 쉐어 하우스 메이트이자 관리자 M은 느낌표를 좋아한다. 단톡방에 그녀의 이름이 뜰때면 이번엔 또 얼마나 많은 느낌표를 썼을지 한숨을 내쉰 뒤 단톡에 들어간다.
세월이 바랜 3층짜리 쉐어 하우스. 2층에는 8명의 여자들이 살고있다. 외국인 2명, 몰도반 6명. 6명 중 단 2명만이 외국 경험이 있다. 그 말은 즉, 다른 문화권에 들어와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동반하는지 대다수는 관심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너희가 우리 나라에 왔으면 너희가 우리 언어를 배워야지? 너희가 우리 문화를 배워야지? 너희가 바뀌어야지?"
그들의 언어와 고유한 문화는 충분히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로만 계열 언어와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에게 3개월의 언어 적응기간은 갓 태어난 아기가 어서 옹알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웃기는 상황이다. 루마니아어 과외 선생님이 충분한 티칭 경험은 있는지,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체크도 진행되지 않은 채 그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3개월 짜리 프로젝트를 맡기는 팀도 웃기다.
"한국어는 로만 언어와 가장 먼 언어야. 3개월의 시간은 말 그대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야. 이 정책을 바꾸어주거나 우리가 언어를 더 배울 수 있도록 투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서면 소통을 선호하는 동양인이 HR에게 대면 회의를 요청했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이 동양인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 현실이다.
"너희는 아직 어리잖아? 우리는 너희가 어리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아니, 나 그렇게 어리지 않아. 나 곧 29살이야."
'그리고 부드럽게든, 직설적으로든 몇 개월에 걸쳐 어려움을 이야기해왔다는건 팀에서 수용하고 고쳐야할 점이 있다는 거잖아. 왜 다른 사람 말을 듣지를 않아?'
오늘 밤도 하지 못했던 말들에 대한 후회로 밤을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