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연 Mar 08. 2021

너에게 가는 길

#바람의노래. 열둘

풀잎 향기로 오르는 길

길을 잃은 처량한 나그네가 긴 한숨 쉬어가는 곳

길을 벗어나고픈 낡고 헤어진 일탈이 해탈이 될 길

그 길에서 너를 보겠다.

하늘하늘 반가운 너를 보겠다. 


- D. Woo - / 곰보리 고개에서(조지아)




곰보리... 왠지 곰이 보리 뜯을 것 같이 친근한 이름의 고개. 

곰보리 패스(Gombori Pass) 정상에는 작은 로드 카페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나무에 매단 그네가 삐거덕삐거덕하며 길 손님을 반깁니다. 

그런데 그 카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참 정겹습니다. 


'Coffee or No Coffee'



참 간명합니다. 


문득 우리네 길, 그 복잡한 또 어지러이 교차하는 길을 봅니다.  

그리고 그 이정표같이 좀 심플하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마음이 복잡한 날

또 커피 한잔 하러 가야겠습니다.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걸어도 걸어도 더없이 행복할 곰보리 패스로 가야겠습니다. 

 


음악이란 흙과도 같다. 

그 안에서 영혼과 생명이 창조된다. 

- 베토벤 - 


이곳의 흙은 음악과도 같습니다. 

그위에서 영혼과 생명이 다시 생생한 음악과 같은 생기를 얻습니다.


바람에 눕거나 바람에 기대거나 바람에 맞서거나 

뭉툭한 고지의 정상에서 제멋대로 바람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입니다. 


코끝에 풀 내음 스칠 때

이름 없는 보잘것도 없는 흔들흔들 야생화가 감히 가슴을 파고들 때  

산을 부지런히 오르는 구름 같은 양 떼를 멀리 볼 때

나는 살고 싶습니다.

이름 없는 들풀로 살고 싶습니다.  

보잘것없는 야생화로 살고 싶습니다. 

나는 88개의 건반 그 무한한 변주의 울림으로 살고 싶습니다.

나는 바람같이 욕심의 빈터를 무심히 스치듯 살고 싶습니다. 

몽실몽실 양털같이 두둥실 두둥실 구름같이 살고 싶습니다. 




 그대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Plying Love / Ennio Morricone
(From The Legend of 1900 /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OST)

*제목을 클릭하시면  Youtube 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첼로 버전을 사랑합니다. 첼로 버전은 여기 <Playing love, Cello >를 클릭해 주세요.) 


여인에 취해 넋 나간 피아니스트의 손이 

88개의 사랑을 연주할 때

숨 막힐 듯 압도되는 순간에   

피아니스트처럼 오롯이 한 곳을 응시합니다. 

창 너머 그대를 

내 안에 그대를...


 

 

매거진의 이전글 그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