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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Feb 14. 2021

그곳

#바람의 노래. 열 하나

그곳


저 높은 곳에 닿으려 합니다.

순탄치 못한 날을 주시어

오기로 일어나 또 일어나

내 억울함을 하소연할 그곳에 닿으려 합니다.


저 높은 곳에 닿으려 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부르시어

철퍼덕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그날에

내 마음 녹아버린 사연을 따지고자 그곳에 닿으려 합니다.


저 높은 곳에 닿으려 합니다.

내 원수의 목전에서 그를 용서하라 하시기에

용서할 수 없음을 아시면서 용서하라 하시기에  

마지못해 용서하여 그를 끌어안았으니

검디 검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곳에 닿으려 합니다.


오! 주여

저 높은 곳 그곳에 닿으려 합니다.

내 모든 억울함을

내 녹아버린 영혼을

이 모든 불합리한 날들을 가득 메고 그곳에 닿고자 합니다.


저 높은 곳 그곳에 내 짐을 풀고

그대와 대면하여 하나하나 따지며 설움의 눈물을 씻을 곳

저 높은 곳 그곳에 나 쉼을 얻고

마침내 그대로 위안을 누릴 곳

은 곳에 닿으려 합니다.


-  D. 우 -




제가 살고 있는 조지아의 역사는 우리의 그것과 참 비슷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진 외세의 침략.

전쟁의 이유도 모른 채 사랑하는 잃은 이가 참 많습니다.

종교의 칼날은 더욱 잔인했습니다.

이슬람의 칼날이 트빌리시 성문을 침노했을 때

단번에 십만여 명의 목 베인 기독교 순교자를 므트크바리강(쿠라강)에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꺼질 줄 알았던 또 그래야만 했던 그들의 초는 여전히 불타고 있습니다.

그들의 초는 조지아 전역의 수도원에서 천년이 넘도록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회의 벽에는 천년을 기도에 태워 그을린 영혼이 노래합니다.

자유를 노래합니다.

끝끝내 지켜낸 자부를 노래합니다.

끝까지 일어선 용기를 노래합니다.  

  

즈바리 수도원에는

영혼을 일깨우는 초가 오늘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혹, 내려 두어야 할 삶의 짐이 있다면

혹, 아직 용서하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대 오시어

촛불 아래 손을 모아 보십시오.

그리고 그대를 엮은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하십시오.

내려놓음과 비움의 자리

그러나 외려 한 없이 채워지는 감동의 자리에서 그대를 뵙겠습니다.   


기도의 촛불이 끊임없이 타오르는 곳. 즈바리 수도원(Javari Monastery) / 조지아 / D. 우

  

'할머니의 손'  / 기오르기(Georgi , 나의 형제 작가)

조지아 의형제 기오르기의 작품을 볼 때마다 높은 곳 우뚝 선 즈바리(십자가란 뜻) 교회가 떠오릅니다.  




그대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Suliko(Soul) / 조지아 전통 민요
(조지아의 아리랑이라 불리는 민요)

*제목을 클릭하시면  Youtube 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სულიკო            


საყვარლის საფლავს ვეძებდი,

ვერ ვნახე!.. დაკარგულიყო!

გულამოსკვნილი ვჩიოდი:

სადა ხარ, ჩემო სულიკო?!


...


나의 사랑 술리코

그대 무덤을 찾아왔건만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절망은 나를 한 없는 슬픔에 빠드리고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술리코!"


- 술리코 가사 중 -


* 제가 사랑하는, 들을수록 깊음이 느껴지는 술리코에 대해 선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커버 사진 : 저 높은 곳 - 즈바리 수도원. 므츠케타. 조지아. / D.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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