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나그네의 노래
아시지요
저 모래언덕 지나면
지난 길 한 줌 먼지로 사라질 줄 알면서도
오늘 패인 발자국 훗날 이정표 될라
보는 이 알아주는 이 없어도
오롯이 걸었음을
뜨겁고 찬 길 뚜벅뚜벅 걸어 걸었음을
아시지요
갈매기 떠난 외론 바다 헛부표처럼 떠돌았던
그럼에도 부지런히 떠 있고자 했던 날
저 이름 없는 외딴섬 외다리 등대되어
고독 태운 빛 더 멀리 더 멀리 고개 드내어
일면식 없는 배 곳곳이 드리운
그 길고 지친 밤 소리 없이 소멸한
나를 아시지요 꼭 아시지요
다시 광야에서
다시 옛터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
듣는 이 없는 노래를 불러봅니다
아! 아시지요
당신만은 아시지요
당신은 아시지요
이른 창틈 여명에 채비하여
무명의 무덤 같은 모래언덕 걸어
성나 시퍼래 날 선 바다 파도 갈라
지친 어깻죽지 맞닿을 좁은 길 따라
오늘도 부지런히 걸어 걸어
마침내 당신께 닿고자 하는
나를 아시지요
나를 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