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야에서 쓴 편지
#요르단 와디럼 광야에서 오랜 벗에게 쓰는 편지
by
청연
Oct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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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낮은 꽃 풀에 맺힌 한 방울 이슬이 얼마나 반가운지
밤새 독을 품었던 독사도 기쁨으로 이슬을 핥는구나
바위틈 터진 샘물은 어찌 은혜가 아니랴
셋째 날 마른땅에 첫 비가 내릴 때 그러했으리
은혜라 했으리 하늘로부터 복이라 했으리
여러 날 뙤약볕 수고로이 판 우물
저 깊은 바닥에 한 가닥 물이 스밀 때
지친 삽을 내려놓고 굳은살 두터이 백힌 두 손
하늘로 치 들었다네
할렐루야 할렐루야를 외쳤다네
저 멀리 먼지 한 톨 일어나
이제 오랜 날 못 뵌 손님이 온다네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어찌 반갑지 아니한가
맨발로 뛰어 나가 맞이했다네
뜨거운 모래조차 즐거이 밟았다네
손님이 온다네
생명이 온다네
기쁨이 온다네
잠시 머물러 떠나는 나그네 허리춤에
떡 한 덩이 물 한 부대 채워주는
마음이 어찌나 아린지
잘 가시게 안녕히 잘 가시게
또 봄세만은 언제 될지 모르니
그때까지 그날까지 잘 가시게
밤 어귀 노을이 태워버린 모래언덕에
달 빛이 영글면 길잡이 별들이 빛을 보태면
무형無形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네
홀로이 모래언덕에 앉았으나 도무지 외롭지 않음은
참 위로가 아니던가
찬바람이 가슴을 데우는 역설이 아니던가
벗이여
오랜 벗이여
심령이 가난하라 하였네
심령이 가난하라 하였네
그리하여 천국을 소유하라 하였네
그 외침이 온 광야에 아직도 천둥처럼 울리네
벗이여
오랜 벗이여
오늘 텅 빈 광야에서 가득 채워진 천국을 보네
오! 이 무지無知의 곳에서 이 무용無用의 곳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국이
마침내 가난해진 심령에 천국이 임하네
한 없이 은혜롭고
형용할 길 없이 아름다운
천국이 말일세
옛 광야에 살 듯 오늘을 살아간다면
누림이 감사하고
내게 오가는 사람이 반갑고
삶의 구석구석, 모든 모퉁이에서 조차
감사가 터져 나는
좀 더 아름다운
나와 우리의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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